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 납부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삼성전자는 유족을 대신해 다음 주 초 삼성 일가의 상속 내용과 절차 등을 공식 발표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은 최근 이건희 회장의 주식과 미술품과 부동산 등 유산 배분과 상속세 납부 방식에 대해 사실상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이재용 부회장 등 유가족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어떻게 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유족이 내야 할 상속세는 주식 지분만 11조 원에 달하고 미술품ㆍ부동산ㆍ현금 등을 포함하면 총 납부세액이 12조∼1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아직 자산 매각 움직임이 없는 것을 봤을 때, 한꺼번에 13조 원의 상속세를 내진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상속세를 신고할 때 신고세액의 6분의 1을 내고 나머지 6분의 5를 향후 5년간 나눠서 내는 ‘연부연납’을 신청할 것이 유력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2018년 아버지 고(故)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연부연납하고 있다.
올해 내야 하는 2조 원대 초반의 상속세는 삼성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과 은행 대출금으로 낼 가능성이 크다.
이건희 회장과 유족들은 작년 회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특별배당금까지 총 1조3079억 원을 배당받았다. 다만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은 최근 3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어서 특별배당이 없는 평년에 총수 일가가 받는 정기 배당금은 이보다 적은 8000억 원가량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부족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유족들은 은행권 신용대출 등을 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회장에게 물려받은 삼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4.18%와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0.01%) 지분을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삼성물산 17.5%, 삼성전자 0.7%에 불과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선 아버지가 물려준 지분이 필요하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법정 비율로 상속받으면 홍라희 여사에게 4.5분의 1.5(33.33%)의 가장 많은 지분이 돌아가지만, 이보다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지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술계를 중심으로 기부냐 상속세 물납 허용이냐를 놓고 시끄러웠던 이건희 컬렉션 중 일부는 유족들이 기증을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증 규모는 1조∼2조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의 상속세 신고 납부 시한(이달 30일) 이 전에 기증 여부와 대상이 확정되면 상속 재산에서 빠지고 상속세 납부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미술품 애호가였던 이건희 회장 소유 미술품은 이건희 회장 보유 미술품은 국보급 문화재와 고가의 근현대 미술 등 약 1만3000점에 달한다. 유가족이 미술품 감정평가를 의뢰했는데 약 3조 원에 이른다고 업계는 추정한다.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는 국립현대미술관ㆍ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유명 미술 작가의 작품은 지방 미술관과 기증 절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상속세 관련 발표에 삼성 일가의 사회 환원 계획도 포함될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 발언이 근거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내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말했다.
삼성 일가가 이번 기회에 이건희 회장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고인의 생전 약속을 지키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사재 출연을 한다면 방식은 이건희 회장 명의의 재단 설립 가능성이 점쳐진다. 별도 재단 설립 없이 삼성생명공익재단 또는 삼성문화재단 등 기존 삼성 재단에 기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