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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의 연임은 전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 주요 그룹의 오너들이 자기 회사 챙기기에 바쁜 탓에 전경련 회장직에 나서지 않아 특별한 각축 없이 가능했다. 또 조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지간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정부와의 호흡을 지난해 잘 맞춰왔다는 점도 연임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연임에 성공한 조 회장이 이끄는 전경련의 올해 행보는 지난해와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전경련은 노동유연성의 확대와 일자리 나누기 등을 정부 정책과 발을 맞춰 가속화해 나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 및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 이견 있는 ‘노동유연성’ 강조
조 회장은 연임이 확정된 48차 전경련 정기총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사관계에 있어서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노동유연성에 있어서 노동자의 양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노동계와의 갈등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은 “(우리 기업들은) 남보다 높은 생산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유연성이 확보돼야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고 고용에 대한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국력의 향상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노동유연성을 일자리 확대의 한 방편으로 본 것이다.
나아가 조 회장은 “유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노동자가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없고, 오히려 (일자리 증가로)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이 연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유독 ‘노동유연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경기후퇴기에 사회통합을 더 힘들게 하는 만드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이상동 경제연구센터장은 “노동유연성은 전체 경제변화의 흐름에 맞춰서 가야하는 것인데 전경련은 좁은 개념으로 개별 기업차원에서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이는 해고와 임금삭감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조 회장이 언급한 잡쉐어링(일자리 나누기)에 대해서도 이견을 나타냈다. 그는 “임금삭감을 통한 잡쉐어링 개념은 없다. 시간을 나누는 것이 기본이다. 전경련에서 주장하는 잡쉐어링은 임금하향평준화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것은 내수위축을 가져오게 되고, 고착되면 나중에 경기상황이 반전될 때도 소비가 늘지 않게 돼 더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투자 ‘난관’ 극복할까
전경련은 정기총회에 앞서 올해 600대 기업의 투자규모를 집계해 발표했다. 600대 기업이 올해 86조759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것으로 지난해에 비해 2.5% 줄어든 수치다.
이는 지난 2001년 이후 8년 만에 첫 전년대비 감소한 것이라 조 회장 연임의 선물치고는 실망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경련의 수장에게 바라는 것 중 하나가 회원사들인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율해 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 기업의 투자는 상당한 성과라고 본다”며 투자규모에 만족감을 보였다.
올해 투자계획이 지난해에 비해 2.5% 줄었지만 지난해에 18% 늘린 것을 감안하면 재작년에 비해서는 약15%가 늘었다고 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현재 국내 기업들의 상황으로 볼 때는 투자규모의 확대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9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대기업의 투자를 강도 높게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시각의 반영이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 첫머리에서 “대기업 여러분들께 투자를 해달라고 호소를 드린다”면서 “여러분들 회사에는 100조가 넘는 투자 가능 자금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형식을 통한 박 대표의 “100조원을 쌓아둔 금고를 열어달라”는 주문은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전체의 뜻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더해지고 보면, 정부정책에 발을 맞춰온 조석래 회장에게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전세계가 경기후퇴기에 접어든 현재 상황에서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국내 대기업 역시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환율상승의 혜택을 보고 있는 등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시장에서는 이들 대기업이 현재의 위기국면 이후에 한계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현금보유를 위해 여력만큼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을 위해 투자를 하지 않고 돈을 쌓아 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투자확대에 대한 요구와 기업들의 몸 사리기 사이에서 이를 조율해야 하는 조 회장의 이번 임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전경련 주요 회원사들이 포함된 삼성과 LG그룹 계열사 대표의 상당수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50대로 교체되는 등 재계에 세대교체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도 재계 화합을 이끌어야 하는 조 회장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일흔을 넘긴 고령이라는 측면에서 건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세계적 경기후퇴라는 현실에서 재계의 화합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건강은 일을 하면서 쫓아다니니까 생각할 겨를도 없을 정도”라면서 “그것이 (오히려) 건
강을 유지해 주는 것 아니겠냐”고 말해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