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진, 시장 타이밍 포착 서툴러
과거 자사주 대거 매입 후 약세, 매입 축소 후 강세장 이력
경기둔화 우려에 미국·유럽 주식형 펀드는 자금 유출
미국에서 올해 자사주 매입이 홍수를 이루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시장을 미뤄볼 때 주가가 정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경기침체 공포에 미국과 유럽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1조 달러(약 1233조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의지나 주주환원의 목적으로 평가되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활발한 자사주 매입이 시장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가리키는 신호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그런 우려의 배경에는 기업 경영진이 시장 타이밍을 헤아리는 데 서툴다는 문제가 있다. 과거 자사주 매입이 기록 행진을 벌였던 시기는 2007년 3분기와 2000년 1분기다. 당시는 자사주 매입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43% 증가한 때였다. 하지만 두 분기 모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약세로 돌아섰다.
반면 자사주 매입이 전년보다 46% 감소한 2020년 2분기와 73% 급감한 2009년 2분기는 주가가 모두 바닥을 친 뒤 반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자사주 매입 급증이 주가 고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잘못된 타이밍이 투자자들에게 더 적은 투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S&P500 기업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규모는 총 1조4000억 달러로 2018년보다 10% 증가했다. 그러나 합산 수익률(S&P 전체 시가총액 대비 주주환원 비율)은 6% 이상에서 3.5% 미만으로 낮아졌다. 이 같은 이유로 투자자들은 기업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일 때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지만, 약간은 긴장해야 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한편 경기침체 공포에 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럽 주식형 펀드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미국 주식형 펀드는 13일까지 한 주간 155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는데,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유럽 펀드의 경우 9주 연속 자금이 순 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BoA는 자신의 부유층 고객들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많은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증시는 올해 전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전망과 치솟는 인플레이션, 이를 억제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온갖 변수에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를 더 낮추고 있다.
마이클 하트넷 BoA 애널리스트는 “모든 투자자가 식량과 에너지 가격 급등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국채 금리 상승은 ‘주식은 대안이 없다’는 주장을 뒤집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