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초격차 기술 강조…생산ㆍ투자 유지 위기 돌파
‘반도체 굴기’를 위한 이 창업회장의 도전과 이를 뿌리 내리게 한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결단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진출 40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아버지인 이 선대회장의 ‘초격차 DNA’를 계승해 ‘세상에 없는 기술’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있는 반도체연구소에서 열린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반도체연구소를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두 배로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꼽히는 ‘M램’ 개발 담당 직원들도 만나 격려했다. M램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해 중앙처리장치(CPU) 기능까지 대체할 수 있는 반도체다. 데이터처리 속도가 D램보다 10배 이상 빠르고 생산단가는 낮은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재고자산이 늘고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고 있다. 투자 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 미국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투자 축소와 감산을 발표한 경쟁사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 같은 결정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들을 D램 시장에서 밀어내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 회장의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핵심 경쟁력으로 ‘기술’을 강조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을 귀국길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2개월 후 열린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기공식에서는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어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첨단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점검하며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재차 주문했다. 이 회장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WLP(웨이퍼 레벨 패키징)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본 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1993년부터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지켜온 만큼 시장 선도자로서의 삼성전자의 역할이 기대된다”며 “2030년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 목표를 어떻게 이뤄갈지도 관심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