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왕국'으로 불리는 미국이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가계소비의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며 향후 미국내 가계소비가 상당 기간 부진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일 '미국 개인소비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개인소비가 지난해 3분기부터 2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위축된 모습이라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위축이 경기하강기에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인지, 아니며 유례없는 금융경제위기를 계기로 개인소비가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지만 그동안 미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미국내 개인소비가 중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가계는 현재 소비에 충당할 자금이 부족한 '예산제약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러한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개인소비가 반전되더라도 상당 기간 GDP 증가율을 하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은 해외조사실 구미경제팀 조사역은 "미국은 현재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내 가계 소비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 조사역은 그 이유로 "미국의 노동 생산성 부진 영향으로 임금소득 증가세가 갈수록 둔화될 것으로 보이고 주식의 직간접 보유 비중이 높은 가계 특성상 미 경제가 앞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주가 상승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자산소득 증가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적어도 오는 2011년까지 개인소비 증가율은 연간 2~2.5%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조사역은 "신용카드 소지자 권리장전 법안, 소비자금융보호청 신설을 통한 신용카드 대출 모니터링 강화 등으로 판매신요 대출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라며 "가계소비의 구조적인 축소 국면에 사실상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따라서 미국내 개인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정부 소비만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어 미국의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그는 "미국의 부진한 개인소비가 각국 상품을 흡수하는 능력을 낮춰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 대미수출 비중이 역내 교역 규모의 증가와 동국권 등 신시장 개척 등으로 꾸준히 하락했기 때문에 미국의 개인소비 부진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