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영화 진흥 정책…업계 내부 의견 차이로 보류
올해 영비법 개정…'영화'→'영상 콘텐츠'로 변경
지난해 영화시장 전체 매출액은 1조1945억 원으로 2023년보다 669억 원 줄었다. 영화산업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계 관계자들과 추진했던 홀드백(hold back) 등 각종 산업 진흥 정책을 빨리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업계 내 의견 차이로 여전히 보류 중이다.
3일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시장 전체 매출액은 1조1945억 원으로 집계됐다. 1조2614억 원을 기록한 2023년보다 669억 원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파묘', '범죄도시 4' 등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탄생했지만, 300~500만 명 수준의 '중박영화'가 부족해 산업의 허리가 끊어졌다는 게 주요 이유로 거론된다.
지난해 초 한국영화 기대작이었던 '외계+인' 2부가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하면서 위기의 시작을 알렸다. '타짜', '도둑들', '전우치' 등 충무로의 흥행 보증 수표였던 최동훈 감독의 연출작이라 아쉬움은 더 컸다. 손익분기점이 누적관객수 800만 명이었지만, 18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윤여정 주연의 '도그데이즈' 역시 손익분기점이 200만 명이었지만, 40만 명의 관객도 동원하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 밖에도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었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를 비롯해 '아마존 활명수' 등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하반기 기대작이었던 '베테랑 2'도 전작의 흥행에는 미치지 못했다.
'외계+인' 2부, '도그데이즈',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아마존 활명수', '베테랑 2'는 모두 CJ ENM이 배급 혹은 제작을 맡은 작품들이다. 국내 최대 영화 배급사가 주력했던 작품들이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 셈인데, 영화산업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작 중인 중예산 규모 이상의 한국영화는 20편이 되지 않는다. 양적·질적으로 영화산업이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홀드백', '스크린 상한제', '객단가' 등 각종 영화 정책 문제를 해결해 극장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3년 연말 문화체육관광부는 '영상산업 도약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전략의 핵심 의제였던 홀드백을 둘러싸고 업계 내 갈등이 심화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홀드백이란 한 편의 영화가 이전 유통 창구에서 다음 창구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극장 → IPTV → OTT → TV 채널 순으로 유통된다.
이날 문체부 관계자는 본지에 "논의 과정에서 극장은 찬성했지만, 배급사와 제작사 측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논의가 되지 않았다"라며 "문체부는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업계 내 합의가 되지 않았다. 현재로써도 다시 홀드백 논의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중소 규모의 제작사 측에서는 홀드백보다 객단가나 스크린 상한제 도입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몇백억 원 규모의 영화 티켓값과 독립예술 영화의 티켓값을 같게 책정해 판매하는 게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한편 문체부는 영상콘텐츠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라 영화와 비디오의 개념을 '영상물' 혹은 '영상콘텐츠'로 확장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연내에는 발의하고 싶다. 부처 간 이해관계도 다를 수 있고, 업계 간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계속 화두는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