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간섭 비판에도 독일·영국 정부 비판...현지 극우 운동가 옹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때 친분을 과시했던 영국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를 저격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개혁당은 새 대표가 필요하다”면서 “패라지는 그만한 자질이 없다”고 일갈했다.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패라지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머스크는 며칠 전만 해도 “패라지의 영국개혁당이 영국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그를 지지했으며, 지난달에는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의 트럼프 당선인 자택에서 만나 영국개혁당에 기부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패라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패라지가 영국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실명 스티븐 약슬리-레넌)과 ‘거리 두기’ 발언을 한 이후 머스크의 태도가 바뀌었다.
로빈슨은 영국에서 악명높은 극우 운동가로, 시리아 난민을 상대로 허위 주장을 거듭해 법원 명령을 어겼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수감 중이다.
머스크는 2일 X에서 “토미 로빈슨을 석방하라”라는 글을 올리고 로빈슨을 옹호하는 글을 잇달아 게시했다. 하지만 그간 과격 극우 세력과 거리를 두며 영국 주류 정치에 진입을 시도해왔던 패라지는 이튿날인 3일 현지 방송에서 “우리는 다음 총선거 승리를 목표로 하는 정당이며 로빈슨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로빈슨을 공개 지지하고 나서자 영국 보수당과 개혁당의 우파 정치인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패라지는 이날 방송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그가 지지하는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면서 “나는 표현의 자유를 믿으며, 그가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X 계정에서 머스크의 게시물에 대해 “놀라운 일이다. 일론은 멋진 사람이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로빈슨이 개혁당에 적합하지 않다는 내 견해는 여전하고 나는 내 원칙을 팔아넘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는 독일 정부를 비판하며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는 기고문을 써 내정 간섭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대해서는 2013년까지 왕립검찰청(CPS) 청장을 지낼 때 조직적인 아동 성 착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며칠 전에 했던 주장을 이날도 반복하는 등 영국 노동당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