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AT&T 등 국제 컨소시엄 소유 케이블
발트해 케이블 훼손도 중국 선박 연루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만 해안경비청(CGA)은 며칠 안에 부산에 도착 예정인 중국 선박의 조사를 도와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CGA 관계자는 “선장을 심문하지 못해 한국 당국에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선박은 카메룬 국기를 달고 항해 중인 ‘순신39호’이며 지에양트레이딩이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홍콩에 등록돼 있지만, 중국 본토 시민인 궈원제가 유일하게 이사로 등록돼 있다.
앞서 대만 통신사 중화텔레콤은 3일 대만 인근 해역에 있는 해저케이블이 손상된 것 같다고 CGA에 신고했다. 해당 케이블은 대만과 미국 서부 해안을 연결하는 인터넷 케이블로, 한국 KT와 일본 NTT, 미국 AT&T, 중국 차이나유니콤 등 국제 컨소시엄이 소유하고 있다.
이후 사고 현장에 출동한 대만 해양경찰은 인근을 지나던 순신39호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하고 선박에 회항을 요구했다. 그러나 선박이 다음 목적지인 부산으로 향하면서 아직 선장을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 해경은 선박이 닻을 고의로 끌고 다니면서 케이블을 다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아직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는 가운데, 대만에선 이번 일이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비영리 민방위 단체인 쿠마아카데미의 호청후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건은 회색지대 전술을 확대하기 위해 레드라인을 그을 시점을 가늠하고 있는 중국의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만 고위급 국가안보 당국자는 “이번 사건은 전 세계가 우려하는 해저케이블 사보타주(파괴 공작)의 또 다른 사례”라며 “보통 이런 사건에 연루된 선박은 거의 사업 활동을 하지 않는 낡은 선박이고 이번 선박도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설명했다.
중국 화물선이 해저케이블 손상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발트해에서 핀란드·독일 해저케이블과 리투아니아·스웨덴 해저케이블이 절단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유럽 조사관들은 중국 화물선 이펑3호가 닻을 내린 채 몇 시간 동안 이동한 점을 지적했다. 유럽 관련국들은 고의성에 무게를 두고 러시아와의 연관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