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약 9개월 만에 멈췄고, 서울 외곽지역은 물론 강남구 안에서도 일부 단지의 하락 거래가 이어진다. 하지만 압구정은 거래 한파 ‘무풍지대’로 남아 토지거래허가제와 거래 절벽이 지속해도 투자가 쏠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는 적어도 상반기까지 압구정 일대 단지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2차 전용면적 160.51㎡형은 지난해 12월 11일 직전 신고가보다 2억8000만 원 오른 67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의 직전 실거래가는 지난해 10월 62억5000만 원이었지만 2달 만에 5억3000만 원 비싼 금액에 팔린 것이다. 또 압구정동 현대8차 전용 163.67㎡형은 지난해 12월 19일 64억5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직전 신고가 63억 원보다 1억5000만 원 올랐다.
신고가는 아니지만 이에 근접한 실거래가도 지난달 대거 쏟아졌다. 한양7차 전용 110.25㎡형은 지난해 12월 6일 같은 평형의 신고가 40억 원보다 1억 원 저렴한 39억 원에 손바뀜됐다. 또 신현대9차 전용 152.39㎡형도 이전 신고가보다 5000만 원 저렴한 70억5000만 원에 지난해 12월 20일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압구정동 일대 단지의 강세는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의 약세와 비교하면 정반대 행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 통계에 따르면 12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3월 이후 41주 만에 보합(0.0%)으로 전환됐다. 강남 3구도 상승 폭 둔화가 선명하다.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압구정동이 속한 강남구는 0.02% 상승에 그쳤다.
집값 상승세 둔화에 서울 내 아파트 거래도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다. 이날 기준 집계가 끝난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296건이다. 아직 집계 중인 지난해 12월은 1979건을 기록 중이다. 계절적 비수기와 대통령 탄핵 등 대외 변수를 고려하면 지난달 역시 11월과 비슷하거나 더 적은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시장 상황만 보면 서울 내 지역별로는 물론, 강남에서도 핵심지를 제외하곤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4일 강남구 청담동 ‘청담건영’ 전용 84㎡형은 25억 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최저 27억2000만 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2억 원 이상 하락했다. 강동구는 ‘고덕아르테온’ 전용 84㎡형 역시 지난해 12월 직전 실거래가 대비 7500만 원 내린 16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여기에 압구정동은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는 오는 4월 26일까지 압구정을 포함해 여의도와 성수, 목동 일대 재건축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놨다. 해당 제도는 규제 구역 내 주택이나 상가, 토지를 거래할 때 해당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갭 투자’도 불가능하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소재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결국은 압구정동이 최고가 단지 타이틀을 가져갈 것”이라며 “압구정 일대 단지는 완전한 실거주 목적에 현금 거래가 진행돼야 하는데 이는 자산가들이 전국구 ‘똘똘한 한 채’에 가장 노른자위 단지를 고르는 수요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상반기까지는 서울 아파트 시장도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압구정 등 핵심 지역은 서울 전체 흐름과 디커플링(탈동조화) 된 상태로 오름세가 지속하는 등 집값 흐름이 엇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