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산성 커지면 격차 더 벌어질 것”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에 의한 성장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개발도상국들은 그 혜택이 선진국에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2022년 미국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이후 빠르게 확산했다. 각국은 사회 전 분야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면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 영국, 독일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선진국 중심의 붐과는 달리 개도국의 기대치는 낮다. 유엔 AI 관련 자문기구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각지 전문가 1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서는 3년 내 경제 활동 분야에서 AI의 긍정적 영향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52%로 과반을 넘었지만, 저소득 국가의 경우 32%에 그쳤다.
‘10년 이상’ 또는 ‘앞으로도 발생하지 않을 것’ 등 당분간 실질적 기여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은 고소득 국가에서 8%, 저소득 국가에서 25%였다.
개발 진입이 쉽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와 반도체가 필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머신러닝에 사용되는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배치한 개발도상국은 단 한 곳도 없다. 데이터센터도 선진국 중심으로 정비돼 개도국은 접근 자체가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AI 도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준비 상태를 ‘AI 준비지수’로 산출한다. 해당 지수는 인프라, 인구개발력, 인력, 규제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4월 기준 선진국은 0.68인 반면, 신흥국과 저소득 국가는 각각 0.46과 0.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프라 격차가 컸다. 기업이나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이용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아 AI를 활용한 성장 실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면 AI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개도국일수록 크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에 비해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경계감이 크다. 무력 분쟁, 인권 침해 등의 항목에서 우려가 두드러졌다.
AI를 이용한 허위·왜곡된 정보의 확산 위험은 선진국이나 개도국이나 마찬가지지만, 체계가 취약한 국가일수록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또 군사적 활용의 경우 국내 갈등이나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일수록 위험이 더 커진다.
사토 이치로 국립정보학연구소 교수는 “AI로 인해 선진국의 생산성이 커지고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경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선진국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AI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 개도국의 문화와 사회가 쇠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지난해 9월 회의에서도 개도국을 위한 AI 기금 조성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인프라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과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AI가 세계 불평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