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美에 제철소 검토…"美 철강 기지 진출 큰 그림"

입력 2025-01-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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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환경은 우호적
10조 넘는 자본조달 우려도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짓는 대규모 투자를 검토 중인 가운데 시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중국 철강산업의 영향권 아래에 놓인 아시아 중심의 시장에서 산업 환경이 우호적인 북미 시장으로 진출을 꾀한다는 점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 대비한 승부수라는 평가였다. 다만, 70억 달러(약 10조 원)로 추산되는 자본 조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자사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를 비롯해 몇몇 주 정부와 투자 여건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미국)에 상품을 팔고자 하는 외국 기업은 자국 땅에서 생산하라는 메시지를 밝힌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최대 해외 시장인 미국 시장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철강 순수입국이며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현지 완성차 업체(OEM)들의 수요를 감안하면 신규 제철소 물량에 대한 수요 우려는 작다”며 “미국 철강 시장의 진입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신규 제철소의 생산 시작 시점이 2029년 이후라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범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결정에는 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일본제철-US스틸 인수 불허 사태로 드러난 미국 정치권의 반감을 의식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철강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수입 쿼터제를 통해 자국의 철강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연 263만 톤(t)으로 제한돼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보편관세와 멕시코ㆍ캐나다산 철강 제품에 대한 25%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현지 생산 여부가 가격 경쟁력을 가를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이 자동차강판을 중심의 성장전략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이 강관ㆍ단조 등을 물적분할하고 매각을 시도 중인 점을 감안하면, 그룹의 성격에 맞게 자동차강판 중심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동차강판은 여전히 두 자릿수 수익성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지만 시장 규모가 범용 제품에 비해 뒤지지 않기 때문에 철강 사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효자 제품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강판 수요는 전체의 약 6%로 추정되며, 자동차강판 가격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 비중은 6%보다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7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본 조달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약 10조 원의 차입금(순차입금 약 8조 원)을 보유하고 있고, 연간 4000억 원가량의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단독으로 투자 비용을 부담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그룹 계열사들의 합작법인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제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상장ㆍ장부가 1조3000억 원)이나 현대오일뱅크 지분(비상장ㆍ장부가 1170억 원)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로를 통해 고급 자동차강판을 양산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건으로 봤다. 전기로를 통한 자동차강판 생산은 미국의 철강재 기업 뉴코르(Nucor)같은 선구적인 전기로 업체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상당 부분이 자동차내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대적으로 고부가제품인 자동차외판은 여전히 고로를 통한 생산이 높은데, 후발주자인 현대제철이 어느 정도까지 자동차강판을 전기로를 통해 공급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투자 계획과 관련해 “투자 규모와 설립 시기 등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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