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 위한 투자 나서고
해외 펀드도 일본 기업 눈길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M&A 정보업체 레코프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일본 기업이 관련된 M&A 건수가 전년 대비 17% 증가한 4700건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전 최다 기록인 2022년(4304건)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 기업이 매수자로 나선 건과 매각자로 거래한 건이 모두 포함된다. 이 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8% 늘어난 19조6000억 엔(약 181조 원)에 달했다.
지난해 M&A 중 최대 규모는 일본생명보험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미국 생명보험사 레졸루션라이프 인수였다. 거래액은 일본 보험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조2000억 엔에 달했다. 약 6조 엔 규모의 다케다약품공업의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 인수도 지난해 이뤄졌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요구로 기업들이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매각하고, 성장을 위한 투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해외 펀드도 일본 기업 투자에 긍정적이었다. SMBC닛코증권의 기무라 노부히코 M&A 자문 부본부장은 “주주 행동주의 투자펀드의 활성화가 일본 내 M&A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웹툰 사이트 ‘메가코믹’ 운영사인 인포컴의 주식을 약 2700억 엔에 인수하기로 했다. 일본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후지 소프트에 대해서도 KKR 등 여러 펀드가 인수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내 M&A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은행(IB)들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 관련 M&A를 통해 IB들이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 총 10억5000만 달러에 달해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내 이러한 흐름이 새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 특화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4300억 엔 규모의 사모펀드를 출범한 칼라일의 도미오카 다쿠미 일본 공동 법인 대표는 “도쿄증권거래소 개혁 등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치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미국 등에 비해 일본의 자금조달 비용이 저렴한 점도 있어 우호적 환경은 올해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중지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