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황기' 맞은 조선도 신사업 확대 박차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국 제조업을 떠받치던 석유화학·조선·철강 산업은 고수익 친환경 신사업 발굴에 한창이다. 글로벌 탈탄소 흐름 속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0일 LG화학은 지난해 말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3대 신성장동력(친환경 소재·전지 소재·혁신신약) 사업 비중을 2030년 50%까지 높이고, 해당 사업에서만 50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친환경 소재 사업에선 항공 연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항공기는 완전한 자동화가 어렵고, 수소 연료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아직까지는 지속가능항공유(SAF)가 효과적인 탄소 감축 수단으로 꼽힌다.
LG화학은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기업 ENI와 SAF 원료가 되는 ‘HVO(수소화 식물성 오일)’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대산공장에 연 30만 톤(t) 규모 생산공장을 내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전지 소재 분야에선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신약은 후기 항암 파이프라인 확보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설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3조4000억 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가 올해 완공되면 잉곳,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북미 최초로 구축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초화학·첨단소재·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 등 5개로 재편하고 매출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가전, IT기기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 플라스틱(ABS), 폴리카보네이트(PC) 등 컴파운딩 소재와 의약용 셀룰로스 등 고부가 스페셜티를 비롯해 양·음극박 등 배터리 소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수소 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유례 없는 호황기를 지나는 조선업계도 안주하지 않고 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함 MRO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11월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의 정기 수리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든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FLNG)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건조됐거나 진행 중인 FLNG 프로젝트 10척 중 5척을 삼성중공업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중국산 저가 공세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위기 대응의 한 전략으로 친환경 기술 개발을 택했다. 미국의 청정경쟁법(CCA),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CBAM) 등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2027년 데모플랜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1조 원을 투자해 광양산업단지에 대형 전기로와 스크랩 야드와 고철 부두를 신설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 생산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를 포함한 남부 지역에 10조 원 규모로 투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수출 쿼터, 보편 관세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