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깔듯이 새 기능 다운로드… 국산차 '업데이트' 중 [트럼프 2기, K제조업 다시 뛴다]

입력 2025-0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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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1-2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 정책을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공식 취임했다. ‘트럼프 노믹스’ 시즌2가 현실화한 것이다. 트럼프 1기 때 미·중 무역갈등으로 시작된 자유 무역주의 쇠퇴가 가속화하고, 글로벌 무역전쟁은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중국 견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한국 제조업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연초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경제에 있어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라고 밝힌 것처럼 국내 제조업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최고조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이 절실하다. 이에 이투데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 격화될 글로벌 제조업 경쟁 속 우리 기업의 현 주소와 생존 전략을 살펴보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편집자주>

SW에 차 성능 좌우되는 시대
구독 서비스로 지속 수익 창출
개발 못하면 단순조립 업체 전락

▲전 세계 SDV 시장 규모 현황과 전망. (이투데이DB)
▲전 세계 SDV 시장 규모 현황과 전망. (이투데이DB)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함에 따라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20일 삼정KPMG에 따르면 글로벌 SDV 시장은 2028년 4197억 달러(약 6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 2578억 달러(약 375조 원) 규모에서 연평균 9.15%씩 고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SDV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는 이유다.

SDV는 차량의 주요 기능과 성능이 소프트웨어로 정의되고 제어되는 차를 의미한다. 운영체제(OS)로 모든 하드웨어를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한번 차량을 출시하면 기능을 개선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무선 업데이트(OTA·Over-The-Air)를 통해 기능과 성능을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SDV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최근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OEM) 경영진 1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OEM 차량의 81%가 SDV로 전환될 전망이다. 응답자의 60%는 SDV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 관련 투자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완성차 업체들은 SDV 전환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과거 내연기관차 시대에 엔진의 성능이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이었다면, 전동화 시대에는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동화 전환에 따라 대다수 업체가 배터리를 외부에서 조달받고 있는데 만약 차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까지 외부에 맡겨버리게 되면 자동차 업체가 하는 역할이 단순 조립·생산밖에 남지 않는 것”이라며 “자동차 업체들이 자신들의 독립성이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SDV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DV는 완성차 업체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다양한 차량 내 기능을 업데이트하거나 추가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 판매가 가능하게 되면서다. 차량은 한번 판매하면 끝이지만, 구독형 서비스는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꼽힌다.

현재 SDV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미국의 테슬라다. 테슬라는 SDV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하고 2012년 OTA 기술을 상용화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역시 막대한 내수 판매량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기술 수준이 미국을 바짝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기업 중에선 현대차그룹이 SDV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초 그룹 내 분산되어 있던 소프트웨어 조직을 통합해 미래차플랫폼(AVP) 본부를 신설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에 차량용 고성능 컴퓨터 기반의 전기·전자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를 적용한 SDV 페이스카(Pace Car·실증차)를 공개할 예정이다.

SDV의 핵심 경쟁력으로는 차량용 운영체제, OS가 꼽힌다. 서비스 추가·변경·삭제를 지원하는 유연성이 요구되는 SDV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확보가 필수적인데,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 차량용 운영체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량용 OS는 완성차 기업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택하고 있다. 자체 OS를 개발하거나 외부 OS를 채택하는 식이다. 테슬라는 리눅스 기반의 독자적인 OS를 도입했다. 폭스바겐과 도요타 등도 자체 OS를 개발 중이다. 볼보 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도입했다. 현대차 역시 OS 개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SDV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관련 인재 확보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자동차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아인스(AINs)의 이항구 연구위원(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국내에 소프트웨어 인력이 없는 것이 문제다. 현대차에서 관련 인력 1000명이 있다고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중국은 풍부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바탕으로 SDV는 물론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짚었다.

SDV 전환 가속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와 혼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를 출범하고 SDV 구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이달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차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SDV를 비롯한 핵심 모빌리티 솔루션에 엔비디아의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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