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진출 후 3년간 판매량 年 1000대 미만
낮은 전기차 수요와 판매 방식이 부진 원인 꼽혀
소형 SUV 캐스퍼 일렉트릭 출시로 정면돌파
현대자동차가 재진출한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현지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 속도가 더딘 가운데 순수 전기차만 출시하는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 일렉트릭’을 앞세워 재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일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607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489대)과 비교하면 24.1% 증가했으나, 일본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은 0.2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2009년 일본에서 철수했던 현대차는 13년 만인 2022년 5월 현지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했다. 하지만 재입성 3년간 판매량이 연간 1000대를 넘기지 못했다.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동차가 많이 팔리는 일본에서 또다시 기대에 못 미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일본에 순수 전기차만 출시한 현대차의 부진 원인으로는 현지 시장의 낮은 전기차 수요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전기 승용차는 5만9736대로 전년 대비 33% 줄었다. 전체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2%에도 못 미쳤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지만 일본의 전동화 전환은 유독 더디다는 평가다.
다만 2023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2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것을 보면 전기차 시장 성숙도만을 탓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보다 후발주자인 BYD는 지난해 전년 대비 54% 급증한 2223대를 팔았다.
판매 방식 역시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차는 일본 시장에 재진출하면서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전략을 세웠다. 차량 주문부터 결제 배송까지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반면 BYD는 올해까지 일본에 오프라인 매장을 100개까지 늘리겠다는 정반대의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아직도 메일보다 팩스를 더 많이 사용할 정도로 아날로그 시스템이 익숙한 나라”라며 “주택 다음으로 비싼 소비재인 자동차를 직접 보지 않고 온라인에서 구매한다는 건 일본 정서상 맞지 않다”고 진단했다.
‘심기일전’에 나선 현대차는 올해 일본 법인장을 새로 선임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했다. 현지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소형차도 출시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최근 시메기 도시유키 전 포르쉐 재팬 사장을 현대모빌리티재팬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시메기 대표는 메르세데스-벤츠 재팬을 거쳐 크라이슬러 재판 대표와 포르쉐 재팬 등을 역임한 일본 수입차 업계 베테랑으로 평가받는다.
이달 10일에는 일본 최대 자동차 튜닝 박람회 ‘2025 도쿄 오토살롱’에서 소형 SUV 캐스퍼 일렉트릭도 선보였다. 현대차는 내달부터 일본 수출을 위한 우핸들 모델 양산에 들어가며 1분기 내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