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개헌특위 구성”
개헌 특성상 이재명 협조 필수적
與지지세 급등, 개헌 변수 될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다음 날인 16일, 국민의힘에선 개헌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차원의 개헌 논의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설 연휴 전 개헌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책임총리제와 결합해 권력을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수석대변인은 “설 연휴 안에 개헌안이 나오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당에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22대 국회에서 벌어진 입법권과 행정권의 충돌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원 개인 의견이라는 것이다. 한 비대위원도 본지에 “(비대위 개헌 논의에 대해)아는 바가 없다”며 “(비대위가 아닌) 다른 쪽에서 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신 수석대변인은 “지난번 분야를 나눠서 비대위원 별로 연구해보자는 얘기는 있었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개헌특위가 구성되지 않을까”라며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도 그럴 것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헌의 필요성을 말해왔다. 권 위원장은 10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등 여야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모적 정쟁 해소를 위한 권력구조 개헌 의견에 크게 공감한다”며 “소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여·야·정과 협력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요하게 추진할 과제 중 하나가 개헌”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당내에선 현실적인 암초가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 측에서 개헌을 꺼낸다 해도 민주당이 (차기 집권이) 유리한 상황에서 받아들일 리 만무할 것”이라며 “개헌이라는 성격 자체가 현재 권력이 의지를 갖고 손을 대지 않으면 안 되는 소재이기 때문에 레토릭에서 끝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차기 대권 주자들이 용인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공약했지만, 윤 대통령 탄핵 이후 개헌에 대해선 언급한 바 없다. 발의에 국회 재적의원 과반 찬성, 이후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개헌 특성상 현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 협조는 필수적이다. 다만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비호감도가 높은 이재명 대표는 본인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개헌을 꺼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급등하는 국민의힘 지지세가 개헌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여권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당은 지지자들의 니즈(요구)에 맞게 행보할 것”이라며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개헌을 요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13일~15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35%, 더불어민주당이 33%로 초박빙의 구도를 보였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민주당은 한 주 전보다 3%포인트(p) 떨어진 반면, 국민의힘은 3%p 상승했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9.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