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출 규모도 늘어…"보다 섬세한 대책 마련 필요"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금융취약계층에 적색경고등이 켜졌다. 이른바 '돌려막기'로 연명하던 다중채무자들은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허덕이는 취약차주들의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스(DB)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453만 명이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인 2023년 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1분기 451만 명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2분기(452만 명)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중채무자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차주의 금융부채가 소득과 비교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를 통해 추산한 결과 다중채무자의 26%(117만 명)가 70%를 넘었다. DSR이 100%를 웃도는 차주도 62만 명(13.8%)이었다. 약 120만 명의 다중채무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빚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자인 취약차주의 비중도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취약차주는 전체 가계대출자(1974만 명)의 6.5%를 차지했다. 2020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다.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대출도 증가 추세다. 카드대출은 은행 신용대출과 달리 담보 및 보증이 없고 별다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해 12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3873억 원으로 전년 38조7613억 원 대비 3조6260억 원 늘었다. 한 달간 카드론 대출을 실행한 소비자들이 적용받은 평균금리는 14%대를 유지하고 있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카드사에서 대출받는 대환대출 잔액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1조6467억 원을 기록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6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비은행권의 연체율도 뛰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차주의 연체율은 2.18%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5년 3분기(2.33%)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0.35%에서 0.36%로 0.01%p 상승하는데 그쳤다. 취약차주일수록 더 부실해지는 금융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의 '빚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국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서민들의 대출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취약차주의 규모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보다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