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배터리 업황 부진에
연간 설비투자 2조 원대로 축소
LG화학이 올해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2조 원대 후반으로 제시했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배터리 업황 부진에 따라 현금흐름(캐시플로우)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 모든 투자의 경제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3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4년은 엄중한 투자 관리를 통해 당초 계획된 수준(연 4조 원)보다 아주 큰 폭으로 투자를 감축, 약 2조3000억 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했다"며 "2025년도 전방 시황과 수요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작년과 같은 기조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차 사장은 "양극재 투자는 고객사 제품 양산 계획에 맞춰 라인별 양산 시점 조정 등을 통해 기존 캐파(CAPA·생산능력) 가동률을 우선적으로 높여 신규 투자를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라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사업은 수요 성장성이 담보되는 영역에 한해 신중히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년 사업 계획상 캐시플로우는 적자였지만 투자 감축, 편광판 등 한계사업 매각 등 자산 효율화와 운전자본 감축 등 여러 노력을 통해 흑자 전환했다"며 "올해도 소폭의 적자 예상되나 작년과 마찬가지로 투자 감축, 포트폴리오 전환 작업을 지속 추진하며 올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한 건 올해도 석유화학과 배터리 업황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사업은 중국과 중동의 신·증설 지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글로벌 수요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관계자는 "2025년에도 수요를 상회하는 추가 증설이 예정돼 공급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범용 구조 재편을 지속하고 신규 고부가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전년 대비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도 하향 조정됐다. LG화학은 양극재 생산능력을 2025년 17만 톤(t)에서 15만 t, 2026년 20만t에서 17만t으로 각각 낮췄다. 미국 테네시에 짓고 있는 양극재 공장은 예정대로 2026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리튬인산철(LFP) 등을 포함한 신·증설 투자는 제반 상황을 고려해 유연한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LG화학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1.46% 감소한 48조9161억 원, 영업이익은 63.75% 감소한 9168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매출 12조3366억 원, 영업손실 252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국내 전력 단가 상승에 따른 일부 제품 스프레드 악화와 정기보수 영향 등으로 4분기 영업손실 990억 원을 기록했다.
첨단소재 부문은 영업이익 480억 원을 거뒀다. 전지재료는 고객사 연말 재고 조정, 판매 가격 하락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했다.
생명과학 부문은 영업손실 10억 원, 팜한농은 영업이익 9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에너지솔루션은 영업손실 2260억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