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극단주의가 초래한 혼란

입력 2025-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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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전아현 기자 @cahyun
▲사회경제부 전아현 기자 @cahyun

미국 과학전문기자 룰루 밀러는 저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조명한다.

스탠퍼드대학교 초대 총장이자 어류학자였던 조던은 한평생을 ‘물고기 이름 짓기’에 바쳤다. 그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고 1900년대 초 인류가 알고 있던 어류의 20%를 발견하는 업적을 남겼다.

조던은 열렬한 우생학 지지자이기도 했다. 그는 육체·정신적 결함을 가진 사람들을 ‘부적합자’로 낙인찍고 그들의 번식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사활을 걸고 물고기를 분류했던 것처럼, 사람을 쓸모에 따라 분류하고 급을 나눴다. 그것이 인종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이라 믿었다.

1980년대 이후 계통분류학자들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구상의 물고기들이 단일 조상을 공유하지 않아 어류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을 수 없었다. 조던은 분류를 위한 삶을 살았지만, 결국 인간도 물고기도 분류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확증편향은 사회를 극단으로 몰고 간다. 믿고 싶은 정보만 취한다면 누군가를 배척하기도 쉽다.

이런 극단주의가 현재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탄핵심판과 내란죄 형사재판이 시작되면서 좌와 우는 극으로 치닫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법치의 상징인 법원이 폭동으로 부서지는 일도 일어났다.

검찰 공소장에 묘사된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에서 조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윤 대통령은 계엄을 염두에 두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이 투입됐다.

윤 대통령은 제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외면했다. 선거무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정선거 의혹에 매몰된 일부 유튜버의 주장과 닮아 있다.

결국 극단주의는 헌정사 초유의 혼란을 계속 만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촬영한 담화에서 2030 청년 남성을 콕 집어 불렀다. ‘국민 여러분’에 정치적 반대파는 포함될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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