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캐·중 外 EU 등으로 관세 대상 확대 시사
“미국, 전 세계에서 금 자석처럼 빨아들여”
금값이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전운에 사상 최고치를 또 달성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의 높은 정책 불확실성이 쉽사리 걷히기 힘든 상황임에 따라 온스당 3000달러 고지 달성을 점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2.10달러(0.77%) 오른 온스당 2857.10달러에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2835.00달러)에 작년 10월 30일(2800.80달러)에 세운 이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데 이어 이날 2거래일 연속으로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고율 관세가 초래할 인플레이션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춰 금값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연준보다는 트럼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4일부터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1일 서명했다. 이날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전격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시름 놓는가 했지만 중국산에는 예정대로 관세를 발효한다고 알렸다.
캐나다 TD증권의 바트 멜렉 수석 원자재전략가는 “시장은 무역전쟁의 규모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만약 이번 무역전쟁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향후 금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체이스도 이날 투자자 노트를 통해 “중기적으로 금 낙관론을 유지한다”면서 “금 가격이 올해 말까지 온스당 3000달러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광범위한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투자자들을 금으로 몰리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도 “6~12개월 기준으로 미국의 추가적인 관세 인상이 금 가격을 온스당 3000달러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금값의 고공행진 속에 통상 갈등의 진앙지인 미국으로 금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금괴 보유 은행들이 두바이ㆍ홍콩 등 아시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금 거래 허브에서 미국으로 금을 실어나르고 있다고 전했다.
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이 현물가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자 차익 거래 기회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금괴 은행들은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인도의 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금을 운반해왔다.
미국으로의 금 공급은 그동안 영국 런던과 스위스에서 이뤄졌지만, 이제는 아시아 허브에 있는 금도 미국이 빨아들이는 것이다. 실제 COMEX 금 재고는 작년 11월 말 이후 약 80%나 급증했다.
싱가포르의 한 금괴 딜러는 “아시아에서는 금 수요가 거의 사라졌다”면서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자연스럽게 거의 모든 은행이 이 기회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뭄바이의 금괴 딜러는 “아시아 허브에서 미국으로 금을 옮기는 비용은 COMEX에서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 수익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라면서 “미국은 지금 자석처럼 전 세계에서 금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