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식당을 다니다 보면 다소 특이한 음식점들을 볼 수 있다. 감자튀김 등 사이드메뉴가 맛있는 햄버거집, 깍두기 맛이 좋아 손님이 많은 국밥집과 같이 주력 메뉴보다 곁들임 음식이 더 인기가 많은 곳이다.
혹자는 “햄버거보다 감자튀김이 더 인기가 많다면 햄버거가게가 아니라 감자튀김가게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한다. 업주로서는 잘 나가는 감자튀김이나 깍두기에 집중을 해야 할지, 간판을 아예 바꿔 달아야 할지 고심할지도 모른다.
최근 카드업계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카드 본업보다 부가 사업의 비중이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작년 3분기 누적 수익은 20조7966억 원이다. 이 중 카드사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6조680억 원으로 총수익 대비 29.18%를 차지한다. 2018년 36% 수준에서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급기야 30% 아래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탓이 크다. 금융당국은 2012년부터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를 도입하면서 3년 주기로 가맹점 수수료 조정을 단행해왔다. 올해도 카드 수수료가 0.1%포인트(p)가량 깎이면서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게 됐다.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부가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카드론으로 대변되는 카드대출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카드론 수익은 3조6765억 원으로 총 수익의 1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 3%에서 존재감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이제는 카드사가 아니라 대출회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자조 섞인 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가 인하하면 카드사는 혜택 축소 등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수익을 내기 위해 카드론 등 대출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카드사의 대출사업 강화는 건전성을 무너뜨리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론·현금서비스 등은 저신용자들의 ‘급전창구’로 불리는 만큼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개최된 한국신용카드학회 콘퍼런스에서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론 증가는 대환대출 확대로 이어지는 등 위험자산 증가의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 상품이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특색있는 곁들임 메뉴는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되면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결국 손님들은 주메뉴도, 사이드메뉴도 모두 잘하는 집을 찾는다. 상황이 어렵다고 리스크가 큰 쪽으로 시선을 돌리다 보면 수익성 악화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사업 구조 및 수익 다각화 등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 전략으로 위기 돌파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