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계기업 2016년 7.2%→2024년 3분기 19.5%
비중ㆍ증가 폭 미국 이어 2위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상장사 중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6일 한국경제인협회는 G5 국가(미국ㆍ일본ㆍ독일ㆍ영국ㆍ프랑스)와 한국의 상장사 한계기업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19.5%로, 6개국 중 미국(2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2016년 7.2%에서 12.3포인트(p) 늘어나며 증가 폭도 미국(9.2%p) 다음으로 컸다. 같은 기간 △영국(6.9%pㆍ6.7%→ 13.6%) △프랑스(5.4%pㆍ14.0%→19.4%) △일본 (2.3%pㆍ1.7%→4.0%) △독일(1.6%pㆍ17.1%→18.7%) 등은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았다.
해당 연도에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작년 3분기 36.4%로 나타났다. 2023년 말(36.9%)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미국(37.3%) 외 △프랑스 32.5% △독일 30.9% △영국 22.0% △일본 12.3% 등 주요국보다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경협은 "경기 부진 장기화에 따른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로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며 한국의 한계기업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당시 기업 대출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한 결과라고 추정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23.7%)이 코스피(10.9%)보다 높았다. 2016년 코스피 한계기업 비중이 8.4%, 코스닥이 6.6%였던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이 경기부진에 따른 타격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 한계기업 비중을 살펴보면 △부동산업(33.3%) △전문ㆍ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24.7%) △도매 및 소매업(24.6%) △정보통신업(24.2%) 순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비교해 비중이 크게 오른 업종은 △전문ㆍ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20.7%p) △정보통신업(19.7%p) △제조업(10.7%p) △도매 및 소매업(9.6%p) 등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국내 기업들은 극심한 내수 부진과 '트럼프 2.0'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으로 경영 압박이 크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상법개정 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