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의 우문현답] 저출생해소 골든타임 붙잡아야

입력 2025-02-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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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명예교수ㆍ사회학

미래 위한 과제 시국에 묻혀선 안돼
예비부모 출산·양육에 두려움 느껴
기피 속내 헤아린 맞춤대책 마련을

대통령 탄핵 국면이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을 삽시간에 모두 삼켜버리고 만 상황에서, 저출생 위기를 해소할 골든타임마저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깊어만 간다. 지금이 그나마 마지막 골든타임인 이유는 가임 적령기(?)라 할 1990년대 초중반생 규모가 2000년대 이후의 초저출생 세대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인구학자의 진단을 떠올리자니, 속수무책 시간만 흘려보내는 건 아닌지 조바심마저 난다.

저출생을 주제로 한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예외 없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관심도 높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2024년 조사에서는 저출생에 ‘매우 관심 있다’ ‘어느 정도 관심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남성 78%, 여성 56%로 밝혀졌다. 저출생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하다’ ‘매우 심각하다’에 동의하는 비율도 남성 89%, 여성 79%로 확인되었다. 거꾸로 ‘저출생 이슈에 관심 없다’는 응답은 여성이 43.6%로 남성의 22.4%보다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저출생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느끼는 비율도 여성은 5명 중 1명, 남성은 10명 중 1명으로 여성이 남성의 2배로 나타났다. 정작 출산을 담당하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저출생 이슈에 높은 관심과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음이 흥미롭다. 남성을 우군(?) 삼아 저출생 해소를 도모함이 어떨는지 싶다.

왜 아이 낳기를 꺼리는지, 2020년 인구복지협회 조사와 2024년 서울시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간과해선 안 될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2020년에는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 돼서’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가 각각 24.6%, 24.3%로 나타났는데, 2024년 조사에서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가 25.5%,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가 20.0%로, 짧은 시간에 예비 부모의 삶이 보다 팍팍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중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도 한몫해서 ‘아이 없이 배우자와 둘이 사는 것이 더 행복해서’는 지난 4년 사이 6.6%에서 11.6%로 증가했고, ‘아이를 솔직히 안 좋아해서’도 6.6%에서 10.9%로 올라갔다. ‘결혼하면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020~2022년 사이 남성은 68.3%에서 61.5%로, 여성은 57.0%에서 52.7%로 감소하고 있는 통계청 조사와 일맥상통한다.

개인적 성향과 달리 정책의 효과를 보여주는 반가운 변화도 눈에 띈다. ‘우리 사회가 아이를 키우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서’는 2020년 17.4%에서 2024년 14.9%로 적은 폭이지만 감소했고, ‘현재의 육아 문화가 적합하지 않아서’도 6.0%에서 3.3%로 떨어졌다.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걱정돼서’는 3.2%에서 5.1%로 오르긴 했지만, 절대적 비율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에서 그동안 정부가 기울인 워라밸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짐작된다.

이 대목에서 향후 정책적 관심을 집중할 경우 소기의 성과가 기대되는 부분으로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와 ‘임신 및 출산 과정이 두려워서’에 눈길이 간다.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는 고민 속엔 천문학적 수준의 사교육비 부담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정말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순수한 고심 또한 담겨 있다. 덧붙여 여성의 15%가 임신 및 출산 과정의 공포를 토로하고 있음도 주목을 요한다.

그렇다면 임신과 출산에 수반되는 과도한 두려움 내지 불필요한 공포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기 위해 중지를 모아보고, 아이를 진정 잘 키우고 싶은 예비 초보 부모를 위한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도 숙고해볼 일이다. 저출생 위기 해소를 위해 누구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지 분명해진 상황에서, 정책 또한 유연한 변신과 참신한 시도를 거듭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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