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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연금저축펀드 안 했지"
연말정산 시즌, 연금저축펀드 등 절세 계좌 혜택을 꼼꼼히 챙겨 꽤 많은 금액을 환급받은 친구가 한 말이다.
올해부터 해외투자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배당 관련 세액공제 방식이 변경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기존에는 미국 배당소득세 원천징수 후 국세청이 환급하고 국내 세율로 다시 과세했다. 하지만 개정 후에는 해외 원천징수만 바로 적용돼 국내 과세가 사라진다. 해당 법안은 2021년 제정 후 3년의 유예기간을 지나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절세 계좌에서 해외 배당 ETF를 운용하던 투자자가 특히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개정 전에는 배당소득세가 미뤄져 배당금에 복리 이익이 발생하고 최종적으로 세율이 낮아지는 게 장점이었다. 하지만, 개정 후에는 배당금 지급 즉시 일반 세율이 적용되므로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즉, 세금 납부를 늦추며 수익률을 복리로 높이는 방식이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의 세금을 국세청이 선환급하면서 국고로 외국납부세액을 지원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물론 절차상 불공정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유예 기간 관련 사전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 중요한 건 투자자의 신뢰가 깨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절세 계좌 혜택을 '줬다 뺏은' 셈이 되면서다. 정부가 한참 절세 계좌를 밀어줬기 때문에 배신감은 배가 된다. 불확실한 세제 혜택을 믿느니 차라리 세금을 더 내더라도 해외에 직접 투자하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겠다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정부가 최근 해외 토털리턴(TR) ETF에 운용 금지 조치를 내린 점도 정책 일관성에 불신을 더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해외주식형 등 TR ETF 상품에 매년 이자·배당소득세를 매기기로 하며 해외주식형 TR ETF는 사실상 해산했다. 해외주식형 TR ETF는 처음 등장한 2021년 이후 약 4년에 걸쳐 6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막을 내리게 됐다.
투자자들은 투자 종목 고르기도 버거운데 정책이나 세제의 향방까지 예측해야 하냐고 푸념한다. 언제든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담론이 형성되면서 투자자 신용에 금이 가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을 바로잡는 데 이어 해결해야 할 장기 과제가 추가된 셈이다.
서두의 친구는 20대 후반으로, 연금저축펀드를 받기까지 30년 남짓 남았다. 정책 불안정성이 반복되면 수령 시점이 까마득한 장기 투자자의 자금을 오랫동안 묶어두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