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05105436_2133118_600_287.jpg)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피하는 대신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와의 거래에서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부품과 관련해 불공정거래 행위가 드러났다.
9일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원상회복과 피해구제 등 스스로 마련한 자진 시정방안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공정위가 위법행위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유료방송 셋톱박스용 시스템반도체 부품(SoC) 제조사다.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들에 유료방송사업자(셋톱박스 구매자)의 입찰 등에 참여할 때 브로드컴의 SoC가 탑재된 셋톱박스만을 제안하도록 하거나 기존에 경쟁사업자의 SoC를 탑재하기로 정한 사업에서 브로드컴의 SoC로 변경하도록 요구했다.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들은 브로드컴의 요구에 따라 브로드컴의 SoC를 탑재한 셋톱박스를 유료방송사업자에 제안하고 이에 따라 셋톱박스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제조·공급했다. 이에 공정위는 자사 SoC만을 탑재해 셋톱박스를 제안하도록 한 브로드컴의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었다.
브로드컴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송부받기 전에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경쟁질서를 개선하고 반도체 설계(팹리스) 및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스타트업 등 중소 사업자 지원을 통한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자진 시정 방안을 마련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우선 경쟁사업자의 SoC 탑재를 막을 목적으로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등(거래상대방)에 브로드컴의 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고, 브로드컴과 거래상대방 간에 체결된 기존 계약 내용을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변경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거래상대방의 SoC 수요량의 과반수(50% 초과)를 브로드컴으로부터 구매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브로드컴이 거래상대방에게 가격·비가격(기술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했다.
거래상대방이 SoC 수요량 과반수 구매 요구를 거절하더라도 SoC의 판매·배송을 종료·중단·지연하거나 기존 혜택을 철회·수정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브로드컴은 시정방안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자율준수제도를 운용할 예정이다. 임직원들에게 공정거래법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시정방안 준수 여부를 공정위에 매년 보고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팹리스 및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스타트업 등 국내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브로드컴은 상생기금으로 130억 원 상당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공정위는 사건의 성격, 신청인이 제시한 시정방안의 거래질서 개선 효과, 다른 사업자 보호,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유럽 집행위원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브로드컴의 유사 행위에 대해 각각 동의의결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점을 고려해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 및 상생방안을 신속히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경쟁질서 및 거래질서 개선 등 공익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동의의결 개시 결정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사업자가 해당 분야의 국내 스타트업 등 중소 사업자의 성장을 지원하여,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해당 산업의 성장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부연했다.
공정위는 이른 시일 내에 시정방안을 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및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