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신용점수 890.5점, 전년 동월比 13.63점↓
연체율 증가에 완화 유지 힘들 듯

가계대출 신용점수가 하락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다만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만큼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일반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890.5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904.13점) 대비 13.63점 하락했다.
은행별로는 케이뱅크가 808점으로 가장 낮았으며 △카카오뱅크(811점) △신한은행(902점) △토스뱅크(905점) △우리은행(911점) △국민은행(925점) △하나은행(929점) △농협은행(933점)이 뒤를 이었다.
신용등급의 기준이 되는 신용평가사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점수 기준 1등급은 942~1000점, 2등급은 891~941점, 3등급은 832~890점, 4등급은 768~831점이다.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은행권 평균 신용점수가 890.5점이 되면서 3등급 소비자 일부도 시중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평균 신용점수가 낮아진 주요 배경은 대출금리 하락이다.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금융기관의 대출 기준은 완화된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고, 대출 수요도 증가해 신용점수가 낮은 중·저신용자가 대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던 은행들은 대출 총량 재설정을 이유로 연이어 금리를 내리고 있다. 전날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6%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달 신한은행은 가산금리를 0.05~0.3%p, 우리은행은 0.01~0.29%p 각각 내렸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조만간 가산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전반의 가계대출 금리도 하락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12월 6.58%였던 예금은행의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 평균은 지난해 말 6.15%로 0.43%p 낮아졌다. 중금리 대출 기회와 차주들의 대출 수요가 함께 늘어나게 된 것이다.
가계대출 신용점수 하락에는 은행권의 서민 금융 확대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과 함께 중금리 대출을 확대시켜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차주에 대해서도 대출을 내준 것이다.
대출 문턱이 계속 낮게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은행권 연체율은 가파르게 높아지고 부실채권도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평균 0.29%로 4년 만에 최고치다.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도 지난해 11월 말 3.4%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미 대출을 최대한 당겨쓴 다중채무자들이 마지막으로 카드 대출을 받았다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도 변수다.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도입되면 대출 한도도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은 상황에서 대출 완화 기조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에 맞춰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