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됐을 당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4/01/20240122153346_1978264_653_414.jpg)
올해도 연초부터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자체 등에 중재를 요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송전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 원가 급등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마땅한 해법이 없어 공사비 증액 줄다리기는 한동안 반복될 전망이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해 12월 신반포4지구 재건축(메이플자이) 조합을 상대로 추가 공사비 2571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가항력의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공사비 증가분 967억 원과 일반분양 가구 수 감소로 인한 추가 금융비용 777억 원 등을 반영한 금액이다. 소송에는 착공 전 물가상승분 310억 원, 사업 기간 증가로 인한 비용 185억 원 등도 포함됐다.
이와 별개로 GS건설은 설계변경, 특화 등에 따른 추가 공사비 2288억 원에 대한 한국부동산원 검증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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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은 조합이 추가 공사비에 대한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했으나 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제도와 서울시 중재 등을 통해 입주 전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GS건설은 경기도 광명시 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 조합과도 약 1000억 원의 공사비 증액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사자 간 협의가 쉽지 않아 경기도와 함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정비사업장에서의 공사비 갈등은 최근 계속 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 대조 1구역 재개발과 둔촌주공 재건축은 공사비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바 있고 청담삼익 재건축, 미아3구역 재개발, 안암2구역 재개발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공사비 다툼의 원인은 급등한 공사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2월 130.18로 2020년과 비교해 30%가량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매년 12월 기준으로 2021년 117.37, 2022년 125.33, 2023년 128.78 등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공사비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다 고환율,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품질 규제 강화 등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있어 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다툼을 피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양보하는 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라 갈등을 겪지 않으면서 공사비 증액의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며 "공사 원가 반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 보니 각자 유리한 얘기만 하면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공사비 증액에 대한 기준점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증액을 요구하고 지자체 중재나 공사비 검증을 거쳐 협의하는 과정이 너무 소모적"이라며 "양보의 명분이 될 지침이나 기준이 있다면 조금씩 물러서서 협상을 시작해 심각한 분쟁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