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콘덴싱 보일러ㆍ온수기로 북미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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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업계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기대감에 지정학 불안 해소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16일 보일러 업계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냉방, 공기조화, 에너지 등 성공적인 사업 다각화와 함께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2020년 러시아법인을 설립한 뒤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불안정한 전압, 낮은 가스 압력, 지역별로 다른 수질 환경 등에 맞춘 현지 전용 모델을 개발·출시했다. 러시아 전역에 서비스망도 확충해 접근성을 높였다.
러시아를 공략하는 핵심 제품은 벽걸이형 가스보일러다. 실내에 보일러를 두고 사용하는 주거 형태를 고려해 저소음으로 설계했다. 온수공급 능력을 강화하고, 현지 전기 설비와 호환성을 확보해 호평을 받고 있다.
현지화 전략을 추진한 결과 복잡한 지역 정세와 경기 침체에서도 수요를 키웠다. 최근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최대 규모 냉난방 전시회에 참가해 기술력을 선보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러시아 법인을 세운 뒤 기반을 다져 2023년에는 60%, 지난해에는 20~30% 성장했다”며 “매년 성장해가는 시장에서 품목을 다각화하고 판매량 증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일러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변화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북미 지역은 국내 보일러 업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경동나비엔은 전체 매출액에서 북미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44.8%에서 지난해 61%(3분기 기준)까지 증가했다.
경동나비엔은 콘덴싱보일러, 온수기 제품을 중심으로 북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08년 연간 2만 대 수준이던 ‘콘덴싱 온수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80만 대 수준까지 성장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 중 절반 가량을 경동나비엔이 차지하고 있다. 매년 2000여 개의 냉난방공조 기업과 산업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북미 최대 규모 전시회에도 16년째 참가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보일러, 온수기 등은 생활 필수품으로 분류돼 관세 부과, 수출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화석연료 친화, 주택 공급 확대 등 정책과 고환율 기조가 도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업계는 철판 등 원재료 비중이 상당한 만큼 관세 정책 등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의 경우 철판 등 원재료 매입액 비율이 6.33%에 달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다음 달 1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이 국내 산업에 줄 여파가 커 전 산업계의 긴장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어떻게 될지 몰라 예단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맞춰 대응해야 할 것 같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