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돼 재판 중인 아들이 집으로?…법원도 실수를 한다 [서초동MSG]

입력 2025-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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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전국 법원에서 다루는 소송사건은 600만 건이 넘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경악할 사건부터 때론 안타깝고 감동적인 사연까지. '서초동MSG'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말랑한, 그러면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전해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통상 판사에 대한 경외심이 크기에 법원이 실수한다는 사실을 잘 믿지 않지만, 판사도 사람이다. 판결문에 오타는 물론이고, 액수를 잘못 기재한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 판결문이 경정(수정)된 사례가 대표적인 법원의 실수로 꼽힌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주 뒤 판결문 일부를 수정했다. 재판부는 당초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12.5배로 계산했으나 이를 125배로 10배 늘렸고, 최 회장 기여분은 기존 355배에서 35.6배로 약 10배 줄였다.

이는 재판부의 결정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최 회장 측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재판부는 단순 오기일 뿐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주문은 유지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판결문으로 말하는 판사는 사소한 실수라도 사건 당사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사법 신뢰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보라 정오의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률 자문을 맡은 소송 진행 중 법원에서 받은 공식적인 서류에 자신의 이름이 잘못 기재된 적이 있었다면서 “한번은 법원 서류에 ‘이봅라 변호사’라고 적혀 온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구속된 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실수는 더 아찔하다. 구속 재판 중인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원칙적으로 2개월이다. 하지만 심급마다 2개월씩 2차례 연장할 수 있기에 두 달씩 늘어날 때마다 구속 기간 갱신 결정을 내리게 된다.

구속은 국민의 인권과 직결된 중요한 사법통제 절차이므로 엄격한 법적 요건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구속영장뿐 아니라 구 속기간 갱신 결정에도 재판장 또는 수명법관의 서명과 날인이 들어가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 변호사는 한 사건에서 피고인의 구속 기간 갱신 결정에 판사가 서명 날인을 빠뜨린 사례를 소개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이 사건 피고인은 영문도 모른 채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됐다가, 며칠 뒤 이를 발견한 판사가 급히 구속갱신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핼쑥해진 피고인이 몇 달 만에 집에 나타나자 부모님은 귀신을 본 듯 놀랐다고 한다. 잠깐의 석방이 휴가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사자와 가족은 오히려 더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금세 다시 체포하러 올 것이란 불안감과 재판에서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집 밖을 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경우 형 집행 종료일은 당연히 미뤄진다.

피고인은 사흘 후 찾아온 경찰에 의해 다시 구속됐지만, 재감되는 과정에서 입소 신체검사와 방 배정을 다시 거쳐 새로 물품을 구입해야 하는 등 불편함도 겪었다고 한다.

꽤 오래전에는 ‘구속 기간 만료’를 깜박한 교도소의 실수로 피의자가 며칠 불법 구금된 적이 있었고, 법원 전산시스템과 판결문에 승소-패소 기재가 바뀌어 천당과 지옥을 오간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이보라 변호사는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실수가 나올 수는 있지만 그 여파는 때로 당사자들의 인권과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빠르게 시정할 수 있는 장치와 철저한 점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 절차는 공정성과 정확성이 생명이며, 이는 곧 국민의 신뢰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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