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영의 금융TMI] 가계대출 관리, 양보다 질이 중요한 이유는?

입력 2025-02-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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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뉴스를 접해 보면 궁금증이 생기기 일쑤죠. 당장 오늘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에도 바빠 맥락과 배경까지 꼼꼼히 짚어주는 뉴스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과도해도 정보가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금융TMI]에서는 금융 정책이나 용어, 돈의 흐름, 히스토리 등을 쉽게 설명해 전달하고자 합니다. 따분하고 어렵기만 한 금융 기사를 친절한 ‘TMI(Too Much Information)’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올해도 이어질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
시장금리 하락에 대출금리 인하 가능성 有
정책대출 규모ㆍ질적 개선 과제 ‘주목’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감액(률) 추이.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감액(률) 추이.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과 관련해 현재 정부가 가장 집중하는 사안은 ‘총량’입니다. 지난 1년 새 가계대출 총량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가계대출 규모가 짧은 시간 과도하게 증가하면 가계가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가처분소득이 감소해 가계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차주가 증가해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지면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모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왜 일까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보다 41조6000억 원 늘었습니다. 이는 2023년의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 폭인 10조1000억 원보다 4배가량 증가한 수준입니다. 은행권 가계대출 상승 영향이 컸습니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의 전년 대비 증가 폭은 37조1000억 원에서 46조2000억 원으로 24.5%가량 확대됐습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4월부터 이어졌는데, 8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대폭 증가하자 금융당국은 ‘총량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당국의 기조에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 등으로 응답한 결과,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9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7000억 원 증가하며 8월(9조2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습니다. 당국은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과 은행권 자율 관리 강화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10월, 11월 중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축소됐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1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는 연초 영업 재개 및 자율관리 완화 등으로 전월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습니다. 1월 중 은행권 자체 주담대(정책 대출 제외)의 감소 폭은 6000억 원으로 전월(1조7000억 원) 대비 줄었습니다. 은행권 주담대는 전월보다 1조7000억 원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증가 폭인 8000억 원보다 2배가량 커진 수준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본격적인 영업 개시와 신학기 이사 수요 등이 더해져 2월부터는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만큼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주택시장·금리 동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월별, 분기별로 가계대출 잔액 관리에 나서겠다”면서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갈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되 부동산 상황 등을 살피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전망치 기준 올해 경상성장률은 3.8%입니다. 지난해 5.9%에서 낮아진 수준으로, 대출 총량 관리 고삐를 더 죄겠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답하듯 올해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 수준을 전년 대비 낮게 잡았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경영계획 상 가계대출 목표치(증가액)는 정책성 상품을 제외하고 총 14조305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5대 은행의 실제 가계대출 증가액인 14조6801억 원보다 4.4% 줄어든 수준입니다. 은행별로는 국민이 12.7%, 신한이 40.8%, 하나가 21.8% 낮춰 잡았습니다.

시장금리 하락ㆍ금융당국 당부에 은행 대출금리 ‘인하’ 가능성

▲김병환 위원장은 1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이 시작됐고,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됐음에도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올해 일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방향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점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시스)
▲김병환 위원장은 1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이 시작됐고,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됐음에도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올해 일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방향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점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시스)

그럼 가계대출 금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앞서 살펴봤듯이 관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큰 폭의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도 지금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은 있습니다. 앞서 신한ㆍSC제일은행ㆍIBK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올해 대출 영업 재개를 준비하면서 업무 원가, 신용 위험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내리거나 우대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했습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4.78%로 전월(4.92%)보다 0.14%p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주담대와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각각 0.16%p, 0.18%p 내려갔습니다. 가계대출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은행권 변동형 대출 금리의 산정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으로 하락한 만큼 앞으로 대출금리가 더 내려갈 여지도 있습니다. 지난달 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를 올해 가산금리에 반영해야 한다고 당부한 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후 실제로 농협은행이 이달 12일부터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최대 0.60%p 인하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이달 14일 일부 비대면 주담대 우대금리를 0.1%p 확대했습니다. 앞서 우리은행과 iM뱅크도 가산금리를 각각 0.29%p, 0.56%p 내렸습니다.

특히 지방은행은 올해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대대적으로 공표한 만큼 향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권재중 BNK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은행의 경우, 미래 성장 기반을 위해 리테일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이라며 “올해 기업 부문보다 가계 부문에서 대출 성장 수준을 더 키우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방은행 5곳(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이 지난해 12월 중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4.11%로, 같은 해 11월 4.16%보다 소폭 떨어졌습니다. 2023년 12월 평균 금리인 4.35%보다는 0.23%p 내렸습니다.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023년 12월 8.18%에서 지난해 12월 7.44%로 0.74%p 하락했습니다.

정책대출ㆍ체질 개선…주목해야 할 ‘가계대출’ 관련 이슈

‘가계대출 총량’과 관련해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사항 중 하나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성 대출’입니다. 정책대출은 서민의 주거 안정 등을 위해 비교적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은행의 금리 차 손실을 정부가 기금을 통해 메워주는 형태의 대출입니다.

지난해 가계대출의 급격한 증가에는 정책도 한몫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월별 신규취급액을 살펴보면 정책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9.7% 늘어났지만, 정책성 가계대출은 약 4배인 36.5% 확대됐습니다.

이후 정부와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 대출 취급 규모가 줄어들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정책성 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지난해 9월 전달 대비 26.9% 감소한 이후 10월, 11월 모두 20%가 넘게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정책성 상품은 같은 기간 전월보다 1.8~2.4%가량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가계 정책 대출 신규취급액은 전달보다 14.3%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기간 정책성 상품을 뺀 가계 은행 자체 대출 신규취급액이 3.2% 증가한 것과 대조됩니다.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목표치는 정책 대출 규모가 결정되면 금융당국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은행권 자체 가계대출 규모와 관련해 현재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제출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 ‘페널티(감액)’ 규모 등을 조율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정책 대출 규모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가 협의 중입니다.

▲고정금리 확대 방안 추진 방향.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고정금리 확대 방안 추진 방향.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시장의 관심에서는 밀려나 있지만, 잊지 않아야 할 중장기적 과제도 있습니다. 바로 ‘가계대출 질적 구조 개선’입니다. 대출 금리는 크게 ‘변동형’과 ‘고정형’으로 구분되는데, 대출 실행 시 결정된 금리가 만기까지 같게 유지되는 ‘고정형’ 대출 비중을 늘려 급격한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자는 게 핵심입니다. 금융당국은 앞서 고정금리 목표비중 신규 행정지도 마련, 주택금융공사 지급보증부 원화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 스왑뱅크 설립 등 민간 금융회사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을 독려하기 위한 정책을 여럿 내놓았습니다.

문제는 이 과제에 관한 시장의 관심이 금리의 향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한창 ‘고금리 시기’였던 지난해 4월에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하고 금융위가 후원하는 ‘거시건정성 관리를 위한 가계부채 구조개선 방안’ 세미나가 열리는 등 고정형 확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습니다. 당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이자 상환이 가능하려면 고정금리 대출 상품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은행들의 자발적인 대출 행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은행들은 지난해 8월부터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고 ‘10년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을 처음으로 내놓는 등 체질 개선 작업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하는 등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자 태도가 변화했습니다.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금리 인하기 고정금리 대출이 금융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장기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부족하다” “지금은 가계대출의 질적 개선보다 총량 관리가 우선이다”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금리가 낮은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은행도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대출 상품을 많이 만들게 된다”며 “또, 은행이 고정금리 상품 취급을 늘리면 금리변동 리스크를 은행이 다 떠안게 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체질 개선 작업은 금리 향방에 상관없이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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