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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가 계속해서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서울 핵심지와 수도권 주요 지역에 대한 쏠림이 가속한 영향이다. '똘똘한 한 채'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주택시장 내 양극화는 앞으로도 계속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평균가격 5분위 배율은 11.1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다.
전국 5분위 배율은 2022년 11월 10.7을 기록한 뒤 2023년 5월 10까지 줄었다가 다시 커졌고 지난해 9월(10.8)부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국 5분위 배율은 2020년 1월 6.9였다.
5분위 배율은 가격 상위 20%(5분위) 평균을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5년 전에는 상위 20% 평균값이 하위 20%의 7채 정도였다면 지금은 11채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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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도 5.6으로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말~2023년 초에는 4.5 안팎이었다.
5분위 배율이 커진 것은 선호 지역·단지를 중심으로 한 오름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0.02% 하락했지만 서울은 4.5% 상승했다. 서울 안에서도 상급지로 꼽히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약 7~10% 상승하며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주택 시장의 불안정 흐름 속에서 상급지 갈아타기 등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게 이런 흐름의 배경이다. 하반기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중·저가 아파트 수요자의 관망세가 짙어진 반면 자금 여력이 있는 자산가들이 활발하게 움직인 것도 고가-저가 아파트의 격차를 벌린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아파트 매매에서 15억 원을 초과하는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2023년 14~18% 안팎이었다가 지난해 상반기 21%, 하반기에는 23.8%까지 높아졌다. 수도권은 2022년 하반기 2.5%에서 지난해 하반기 7.8%로 3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주택시장 전반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선호 지역에서의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117㎡는 올해 1월 55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53억7000만 원에서 1억3000만 원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10월 39억500만 원에 매매됐던 '래미안원펜타스' 전용 107㎡는 18억9500만 원 뛴 58억 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4차' 전용 208㎡는 77억 원, '현대1차' 131㎡는 60억5000만 원으로 신고가를 다시 썼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 5단지' 등에서도 신고가가 나왔다.
주택시장 내에서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부동산팀장은 "선호 지역·단지일수록 가격 오름폭이 더 크다는 학습효과가 있고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도 핵심 지역 우량 주택 한 채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곳으로의 쏠림이 계속되면서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사이의 가격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