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연금개혁 논의를 앞두고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을 추구하는 전문가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기 진영 사람들 배를 불릴 생각만 하지 말고, 전체 국민 또 미래세대까지 아우르는 그런 연금개혁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해 달라”고 호소했다.
연금연구회 리더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젊은이에게 희망이 없어졌다는 이 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작은 희망까지 빼앗겠다는 것이 기성세대에게 연금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의 탐욕을 위해 더는 이 나라를 망치려 하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야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여·야는 연금개혁을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 논의할지, 복지위에서 논의할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오다 복지위에서 모수개혁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모수개혁 범위에 대해선 이견이 여전하다. 국민의힘은 복지위에서 보험료율 인상만 처리한 후 소득대체율은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른 연금제도와 연계해 연금특위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복지위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참여연대와 양대 노동조합총연맹의 연대체인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연금행동은 지난해 공론화 결과를 내세워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를 요구한다. 따라서 소득대체율 논의는 사실상 소득대체율 상향 논의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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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윤 명예연구위원은 “기금이 소진된 이후에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부담해야만 하는 보험료가 43.2%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5년생과 2035년생, 불과 30년 늦게 태어난 세대는 앞선 세대보다 전 생애에 걸쳐서 21%포인트(p)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며 “그러니 ‘세대 간 도적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론화 결과에 대해서도 “2078년 부과방식 보험료율이 43.2%가 되고, 2005년생과 2035년생의 생애 보험료 부담이 21%p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삭제해 물어보니 그런 황당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금연구회 총무인 김학주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후빈곤 문제는 낮은 국민연금 가입률, 가입기간 부족, 사각지대 문제, 낮은 보험료율, 그리고 다층연금체계의 미비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는 계층 간 소득 격차를 확대하고, 청년세대의 부담을 키워 정책 실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이 포함된 연금개혁은 대놓고 미래세대를 약탈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며 “한마디로 ‘나는 먹고 튈 테니 나 죽고 나면 그건 알아서들 해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렇게 소득대체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먼저 본인 집에 있는 자녀 또는 본인이 가르치는 대학의 제자들을 먼저 설득하고 오라”며 “본인의 가정과 학교에서조차 설득력이 없는 주장을 국민에게 해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