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엔 “민주당 진보 아냐…중도보수로 오른쪽 맡아야”
진성준 “중도보수 스탠스 맞지만 진보 지향” 진화 나서
김부겸 “당 정체성 혼자 규정은 월권…당 토론 거쳐야”
박광온 “민주당 중도보수 아냐…청년·약자에 박탈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에도 ‘우클릭’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우클릭을 한 적이 없다”면서도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민주당 강령에서 규정한 진보적 가치와 대치되는 점, 의사결정의 절차적 정당성 등을 두고 당내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진행된 ‘트럼프 시대 :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서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하다 보니 우클릭 얘기를 자꾸 하던데 우리(민주당)는 우클릭을 한 바가 없다. 원래 민주당이 서 있던 자리에서 실사구시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도 그러셨고, 노무현 대통령도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고, 경제적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고, 사회가 갈등을 심하게 겪고 있는 근저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깔려있다”며 “산업 일선에서 뛰고 있는 기업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조선·방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시급한 정부 예산 지원 요청 등을 청취했다. 조선업계는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이 적기 도입될 것을 요청했다. 또 미국이 향후 30년간 390척의 해군함정 확보가 목표인 만큼 국내 업체의 수주 기회를 늘리기 위한 지원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업계는 해외 수주 경쟁을 위해 방산수출 진흥 기금을 통한 금융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대표 체제 민주당의 우클릭 사례는 △반도체 특별법 52시간 예외 적용 논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및 가상자산과세 2년 유예 △상속세 부담 완화 △탈원전 기조 변화 △K-방산 육성과 연구개발 확대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출범 등이 꼽힌다.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에 출연해서도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며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상식이 없고, 야당 발목 잡는 게 일인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관련 뉴스
이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기존 지지층 외에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과 무당층을 겨냥한 행보로 보인다. 다만 과거 이 대표가 ‘진보적 대중정당’이란 발언을 했던 만큼 당내에서도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담은 강령은 진보적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민주당 강령에 따르면 △모든 사람이 공정하고 동등한 조건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정의로운 나라를 원한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를 원한다 △모든 사람의 보편 복지를 추구하는 포용의 사회 등이 민주당의 핵심 가치로 언급된다.
이 대표의 민주당 정체성 규정이 당내 절차적 정당성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강령은 당의 역사이자 정신이다. 충분한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 아니다. 미국 민주당이 엘리트 정당으로 변하면서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지 못해 대선에서 졌다는 평가를 흘려들어선 안된다”며 “최근 민주당의 감세를 비롯한 신성장주의 태도는 청년과 사회경제적 약자에 허탈함과 박탈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극우적인 성향까지 보이고 있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된다”며 “"(민주당의) 정치 성향을 구태여 규정하자면 중도보수적인 스탠스가 맞지만 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정당이 중도보수 정책을 차용하는 것과 '진보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현재의 스탠스로 보면 진보정당이라고 칭하기에는 부족하다"며 "현실적으로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정당들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