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중도층 중요 역할 할 것”

“강성 지지층은 세상이 쪼개져도 국민의힘을 찍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일 열린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 2차 세미나에 발제 맺음말로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 가능성을 대비한 ‘플랜B’를 세워야 한다며, “정당 이미지는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침묵하는 중도층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세미나에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 주호영 국회부의장 등 국민의힘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신 교수는 이날 세미나 발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기각됐을 경우의 ‘플랜A’와 인용됐을 경우의 ‘플랜B’ 상황을 가정해 공당으로서 국민의힘 역할과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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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를 가정해 신 교수는 “탄핵이 기각되면 온 국민이 환호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계엄으로 인해) 놀랐던 국민들에게 내란죄 재판을 받은 대통령이 다시 복귀하는 게 탄핵 기각이다. 불안해하고 겁내는 국민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이) 탄핵 반대 입장을 한다면 국민들이 가지는 두려움, 놀라움, 충격을 어떻게 해소할 건가에 대해 국민들에게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신 교수는 탄핵이 인용됐을 경우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인 ‘플랜B’를 언급하며 “두 달 동안 탄핵 반대를 주장했었다는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어떻게 단시간 내에 바꿀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당과 정치인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민주당도 우클릭하겠다는데, 그러면 국민들이 (민주당이) 중도정당이 됐다고 생각할까. 정당과 정치인의 이미지는 시간 축적의 결과물이다. 축적된 시간만큼의 노력을 들여야 이미지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만 보면 국민의힘이 선전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의원들이 많음에도 불구고 탄핵 찬성은 60% 가까이 나온다”며 “(당이) 이미지를 변신해야 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이 60% 가까이 나오는 비율 때문이다.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전략이 세워질 수 없다. 40%로 선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신 교수는 동아시아연구원(EAI) 웹조사를 언급하며 “침묵하는 중도층이 많다. 침묵하는 중도층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고 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웹 서베이 방식의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이후 소극적인 중도나 온건 집단 대신 적극적이고 강경한 집단이 참여해 이들의 견해가 과대 표집돼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이 플랜B를 생각해야 한다”며 “어떤 방법을 통해서 이미지를 바꿔 중도층으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옆자리에서 발제를 듣고 있던 당내 투톱 권영세·권성동 의원은 고개를 떨군 채 발제를 경청했다. 이밖에 다른 의원들도 침묵을 유지한 채 심각한 표정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