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립토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는 취임 이후 관세 부과 등을 통해 시장 상승뿐만 아니라 하락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관세가 미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로 인해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공포로 작용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1월 말 그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10만 달러 선이 깨졌다가, 며칠 만에 관세 부과를 한 달 연기하자 다시 10만 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후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9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이를 재확인한 27일(현지시간)에는 3개월 만에 8만 달러 선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반면, 그의 SNS 글 하나에 시장이 급등하는 일도 있었다. 그가 지난 주말 트루스소셜(트럼프 소유 SNS)에 가상자산 전략적 비축을 재차 언급하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해 함께 언급된 솔라나(SOL), 카르다노(ADA), 엑스알피(XRP) 등은 하루 만에 최대 65% 상승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트럼프의 이번 '전략적 비축' 언급이 법안 통과 전까진 말뿐이라며, 사상 최대 ‘러그풀’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대와 달리 트럼프가 오히려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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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급등락이 발생한 최근 상황을 두고 “크립토 시장이 점점 미국의 무기가 되고 있다”라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시장의 보편적 도덕 기준은 하락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발생시키는 시장 변동성도 문제지만, 주 대표가 언급한 가상자산의 ‘무기화’에 대한 대응도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외 여러 분석가는 미국이 일부 국가의 탈(脫)달러화 추진의 대안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각국 정부도 미국을 따라 비트코인에 대한 전략적 비축을 계획·실행하거나 혹은 비축이 필요 없다는 의견을 내는 등 각자의 노선을 정한 상황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말 가상자산 2차 입법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는 “입법에 앞서 정부 비전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 당국은 “미국의 동향을 살피겠다”라는 입장만 고수하며 정책적으로도 국내 거래소 관리, 국내 투자자 보호에 생각이 갇혀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취임 이후 가상자산은 단순한 자산군이 아닌 거시 경제의 거대한 축 중 하나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규제 혹은 육성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아닌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자체적인 노선 정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 동향’만 바라보다가는 ‘트럼프 가라사대…’에 휘둘리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