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 적용되는 기초·일괄공제 폐지→인적공제로 흡수
올해 5월 국회에 법률안 제출...2028년부터 시행 목표

정부가 상속세 체계를 피상속인(사망자)에서 상속인(유족)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1950년 관련 법 제정 이후 75년 만이다.
12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상속세법 도입 이후 유지해 온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게 주요 골자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각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피상속인(사망자)의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과는 차이가 크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브리핑에서 "유산세는 집행이 용이하거나 받은 재산에 관계없이 내야 할 전체 세금이 동일한 특징이 있고, 유산취득세는 받은 재산에 따라 동일한 세금이 결정돼 과세형평에 조금 더 도움이 된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현재는 공제를 무시하고 15억 원 유산을 자녀 3명이 똑같이 물려받는다면 15억 원에 세금을 매긴 뒤 3명 나눠 낸다.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3명이 각각 물려받은 5억 원에 과세하게 된다. 핵심은 누진세다. 상속세는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세율도 올라가는 누진세 체계다. 따라서 현재 유산세 방식으로 15억에 과세하는 것보다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세 부담이 낮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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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를 운영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처럼 유산세 방식인 나라는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일본, 프랑스, 독일 등 20개국은 유산취득세를 도입했다.
과세 대상도 달라진다. 현재는 유산세 방식이다 보니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과세 대상을 판단한다. 피상속인이 국내 거주자면 전 세계 재산에 대해서 상속세를 납부를 해야 하고, 외국에서 내는 세액이 있으면 그 세액은 공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과세 대상도 피상속인과 상속인 기준을 종합해 판단한다.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국내 거주자면 전 세계 상속재산에 과세한다. 모두 비거주자면 국내 소재 재산만 과세하는 방식이다. 증여세 체계와 같다. 다만 상속인이나 피상속인이 외국 국적자로, 국내 단기 거주한 거주자면 우리나라에 있는 재산에 한해서만 상속세 납세 의무를 진다. 여기서 국내 단기 거주 기준은 상속개시일 이전 10년 동안 국내에 주소·거소를 둔 기간 합계가 5년 이하다.
공제 제도도 전면 개편된다. 현재 상속세법에는 다양한 공제제도를 담고 있다. 일괄공제(5억 원), 배우자공제(5억~30억 원) 외에도 인적공제로 △기초공제(2억 원) △자녀 공제(1인당 5000만 원) △미성년자 공제(1인당 1000만 원×19세까지의 잔여 연수) △장애인 공제(1인당 1000만 원×기대여명 연수) △연로자 공제(1인당 5000만 원) 등이 있다.
유산취득세로 개편되면 일괄공제는 폐지된다. 대신 현재 1인당 5000만 원인 자녀 공제가 5억 원까지 대폭 확대된다. 형제 등 기타 상속인 공제는 기초공제 수준인 2억 원까지 된다. 수유자의 경우 직계존비속은 5000만 원, 기타 친족은 1000만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배우자공제도 합리화한다. 현행 상속세법에선 배우자가 상속받은 경우 5억~30억 원을 추가 공제한다. 구체적으로는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이 없거나 5억 원 미만이면 5억 원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이 5억 원 이상이 경우에는 실제 상속 금액(최대 30억 원 한도)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즉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은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된다는 얘기다. 개정안에선 배우자가 받은 상속 재산이 10억 원 이하면 법정상속분과 관계없이 전액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최대 30억 원 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
인적공제는 최저한을 설정하기로 했다. 현행 상속세법에는 배우자, 자녀 등이 상속받는 경우 통상 전체 상속재산 10억 원까지는 인적공제가 적용돼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예컨대 부모님 중 한 명이 먼저 사망했을 때 배우자 공제 5억 원에 일괄공제 5억 원을 받아서 사실상 10억 원이 면세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현행 면세점 수준을 고려해 개정안에 인적공제 최저한을 10억 원(모든 상속인·수유자의 공제합계 기준)으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배우자와 자녀(직계존비속), 수유자 등 모두 합친 인적공제 합계가 10억 원 미만인 경우 공제받지 못한 미달액을 직계존비속인 상속인에게 추가 공제할 수 있다.
납세 절차를 보면 현재는 피상속인 기준으로 신고하다 보니 일괄신고하고 있다. 앞으로는 각 상속인과 수유자별로 각자 신고할 수 있다. 다만 납세 편의를 위해 공동신고도 허용된다. 신고기한은 상속 개시 후 6개월 이내로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 신고기한 후 9개월 내 분할납부를 허용한다.
정부는 입법예고,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5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유산취득 과세 집행시스템을 마련하고 보완 입법을 통해 2028년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