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미수출 1위는 자동차…관세 충격 우려
안덕근 산업장관, 자동차 업계 및 연구기관과 대응방안 논의
미국이 자동차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부는 우리 자동차 기업의 대미(對美)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4월 중 자동차 산업 비상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동차 기업 및 관련 협회·연구기관들과 함께 미국 정부의 수입산 자동차 및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발표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할 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오는 4월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 또한 자동차 부품 역시 5월 3일 이전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 관세가 면제될 것이라면서 "많은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그들은 이미 (미국에) 공장을 지었는데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저렴하게 (생산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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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로 연간 1000억 달러(약 147조 원)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고 말하면서 관련 포고문에 서명했다.

자동차 관세 부과 시기에 대해서는 "오늘 행정명령에 사인하고 4월 2일부터 발효된다. 4월 3일부터 관세를 걷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뒤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매우 강력한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민간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분을 스스로 소화할지, 고객에 떠넘길지, 혹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가 대미 수출품 가운데 가장 비중이 커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작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4400만 달러(약 51조 원)에 달하며, 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수출 규모(707억8900만 달러)의 절반( 49.1%)을 차지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의 수출량은 약 97만 대이며, 한국GM의 수출량은 약 41만 대로 집계됐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을 늘려 미국 관세폭탄의 충격을 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조지아주 서배너의 미국 내 3호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현재 연간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늘려 현대차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2004년 가동 개시·36만 대), 기아의 조지아 웨스트포인트 공장(2010년 가동 개시·34만 대)과 함께 미국에서 연간 총 120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럴 경우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완성차 판매량 가운데 미국 내 생산 비중은 70%까지 뛰어오르게 되지만, 여전히 한국 등 외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30%는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없다.
미국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사업장인 한국GM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한국GM은 연간 생산량의 85%가 대미 수출 분량이어서 관세로 인해 미국 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GM이 한국 사업장을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장관은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로 우리 자동차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라며 "정부는 업계와 긴밀히 공조해 대응방안을 강구해나가는 한편, 관계부처와 함께 자동차 산업 비상대책을 4월중 마련·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하게 공조해 대응방안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우리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