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 기동대 인원, 국회 통제 어려워”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경찰 수뇌부의 두 번째 재판에서 ‘국회 봉쇄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 다뤄졌다.
계엄 당일 국회에 경찰 기동대를 배치해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은 혐의를 받는 주진우 전 서울청 경비부장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지시로 국회에 경력을 배치했으나, 비상계엄이 선포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31일 오전부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 전 청장 등 경찰 수뇌부 4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오전 재판에만 출석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주 전 부장은 계엄 당일 김 전 청장이 가용 기동대 현황을 파악하는 것에 대해 “밤에 뭔가 있나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련 뉴스
이어 “무슨 일이 있냐고 말씀드렸고 청장님은 ‘무슨 일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며 “(김 전 청장의 말투나 표정은) 담담하지만 어두운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회 쪽에서 심각한 일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주 전 부장은 “보통 여·야 당사를 먼저 생각하니 그쪽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며 “(국회를 봉쇄할 정도의) 부대가 되지 못해 근처에 무슨 일이 있나 했다”고 답했다.
주 전 부장은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를 보고 “충격적이고 말도 안 된다. 미쳤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당시 청장님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고 있을 거라고 판단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주 전 부장은 김 전 청장이 계엄 당일 밤 10시 46분경 최창복 서울청 경비안전계장에게 ‘국회로 들어오는 인원을 전부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요건과 같은 부분은 침착하게 판단한 여력이 없었다”면서 “최현석 (당시) 서울청 생활안전차장이 ‘긴급시 포고령은 법률적 효과가 있다’고 했고 김 전 청장이 그 말을 듣고 결론을 내리면서 ‘이거 조 청장님 지시다’라며 무전기를 잡고 포고령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주 전 부장은 “똑 부러지게 김 전 청장에게 (국회의원의) 출입을 통제하면 안 된다고 한 사람이 없다”면서도 “포고령이 생경하고 내용이 이상해 그래도 의원이 출입하는 게 좋겠다는 가벼운 의견 정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 전 부장은 국회 담장이 낮고 길어 통제하기 위해서는 최소 70~80개 중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해제안이 의결될 때까지 배치된 기동대는 20개 중대였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계엄 당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계엄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경력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한 혐의를 받는다. 빠른 기일 진행을 예고한 재판부는 3차 공판기일을 내달 7일로 지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