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설명회요? 그게 그거죠. 어차피 증권사들 영업하려고 하는거잖아요. 코스피 오른다 오른다 해 놓고 설명회 끝나면 결국 자기네들 상품 파는데만 집중하더라구요."<투자자A>
최근 취재를 위해 A증권사 지점에 방문했다가 우연찮게 투자설명회를 듣게됐다. 해당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의 진행 아래 '3분기 어닝시즌 투자전략'에 대한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국내기업들의 어닝 가이드, G2리스크,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지속 가능성, 투신권 매수여력 부족 등 모멘텀과 수급적 측면에서 심도있게 접근한 꽤 알찬 설명회였다. 무엇보다 투자자들게에는 생소할 수 있는 경제지표들에 대해 쉽게 풀이해 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투자자들 역시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고 있었다.
약 1시간여의 설명회가 끝나고 50대 중년여성과 함께 엘레베이터를 탔다. 설명회가 어땠냐는 질문에 그녀는 "전에 들었던 것과 똑같다. 다른 내용이 있을까봐 왔는데 실망이다" 라고 답했다. 의외였다. 그녀는 맨 앞자리에 앉아 수첩에 설명회 내용을 꼼꼼하게 적었던 모범생(?)이기 때문이었다.
며칠 뒤, 인터뷰를 위해 B증권사 VIP 지점장을 만났다. 그는 최근 가장 인상깊었던 고객이 누구였냐는 질문에 '투자설명회를 듣고 다음번에는 친구와 함께 갈테니 2좌석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고객을 꼽았다. 그는 지점장과 직접 통화하기 위해 사흘동안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며칠전 증권사 투자설명회의 부정적 단면을 보고 온 터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점장에게 타 증권사 투자설명회와 다른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강연자였던 자문사 대표 및 자산운용사 본부장들에게 당사 리서치 의견에 상관하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필역하라고 주문 한 것이 주효했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단기적 성과에서 자유로운 VIP지점이라 가능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설명회 후 바로 영업으로 연결시키기 보다 솔직한(?) 투자설명회를 제공해 '이 증권사 투자설명회는 솔직해. 다른 증권사랑은 달라'란 인식을 심어주는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최근 증권사들도 난상토론, 큰 손 강연 등 이색 투자설명회를 마련하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일부 지점에 국한된 얘기일 뿐, 투자자들은 여전히 '그게 그거'인 투자설명회에 식상함 넘어 실망감 마저 느끼고 있다. 더욱이 VIP들을들에게는 조금더 솔직한(?) 설명회가 제공된다 사실에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최근 투자자들은 정보의 홍수시대에서도 풍요속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이제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이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를 제쳐두고 직접지점에 찾아가 설명회를 듣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되새겨야 한다.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증권사들의 투자설명회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