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극비리에 주요 은행장들을 줄소집, 비밀회동에 나섰다. 이는 그간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항거’의 모습을 보였던 은행들에게 권 원장이 재차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과 금감원 등에 따르면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날 국민·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장들을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갖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요 은행장들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다만 비공식 만남이어서 구체적인 일정과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은행권 안팎에선 이번 비밀회동의 배경으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이후에도 꺽이지않고 있는 가계대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권 원장의) 가계대출 억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크게 움직이지 않고 효과도 미흡했다”며 “최근 가계대출 문제 확대에 따른 관리 강화와 서민금융 지원 확대 등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간 가계대출 중단 사태, 중도상환 수수료 등에서 이견을 보여 은행권의 처신에 상당한 불만을 품어왔다. 특히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금융당국에 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항거’의 모습도 띠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7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2조2000억원이 늘었고, 8월에는 2조5000억원으로 13.6% 증가했다. 전체 금융기관 가계대출도 전년동월 대비 증가분은 7월 4조3000억원, 8월 5조9000억원으로 두 달간 10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아울러 임박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발표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대형 저축은행들이 펼치고 있는 자구계획을 은행들이 돕거나 유동성 지원 등에 협조해주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시장 일각에선 이같은 비밀회동을 통한 권 원장의 가계대출 억제 요청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고자 하는 권 원장의 뜻도 알겠지만 가계부채의 질이 점점 나빠질 수 있다”며 “금융분야 전체의 건전성을 위해 은행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여력이 가장 많은 은행이 건전한 금융소비자의 대출을 담당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