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감독원과 재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 계열사 아이팩은 지난 3월 주주 등에 대해 200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아이팩은 현재 담철곤 회장이 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매출 대부분은 그룹 계열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담 회장이 해외법인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배당액은 회사 설립 이후 쌓아 둔 미처리이익잉여금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고액 배당이 담 회장이 회사(아이팩)에게 변제한 횡령금을 돌려받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식담보대출-횡령금 변제-집행유예 판결-회사 배당금 통한 변제금 회수’의 과정을 통해 변제됐던 횡령금 대부분을 담 회장이 회수했다는 것이다.
담 회장은 지난해 3월 중순께 오리온주식 15만주를 SC제일은행에 잡히고 돈을 차입했다. 주식담보율과 당시 주가를 고려하면 대출금은 150억~200억원으로 추정된다.
또 담 회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같은 해 5월 회사 횡령 혐의 금액 132억원을 변제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본지가 담 회장이 돈을 임의로 유용한 회사 아이팩의 회계장부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주주로부터 134억원의 자산 수증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특수관계인의 횡령혐의가 확정되기 이전 관련 금액이 주주로부터 받을 경우 ‘자산수증’ 계정으로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담 회장은 이후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3년이라는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올 1월에 열린 2심 판결에서는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2심 재판부는 감형 이유에 대해 ‘횡령금액 변제와 피고의 향후 윤리경영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다짐하는 등 개전의 정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 3월 아이팩은 대주주인 담 회장 등에게 200억원(주당 10만9000원)의 고액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말 현재 임의적립금 등을 포함한 장부상 이익잉여금은 282억원에 불과했다. 이중 75억원은 유상감자를 통해 주주에게 지급이 됐으며 200억원은 올 3월 현금배당금으로 처리했다.
이에 따라 담 회장은 회사로부터 지분율에 따라 결산 현금 배당금 105억원과 주식 유상감자에 따른 41억원을 받은 셈이다. 이는 아이팩이 배당 만을 위해 회사가 돌려서 사용할 수 있는 잉여금 계정을 깡통으로 만드는 등 이례적인 현금 배당이 실시한 셈이다.
실제로 아이팩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억원에 불과했다. 또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총 배당액이 71억2400만원이었으며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배당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대규모 배당은 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현금 배당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회사에 피해를 입혀 놓은 금액을 변제했다가 재판 후 다시 배당금과 유상감자로 돌려받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