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21일 14개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엔화는 7개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원高 엔低’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20일 미국 재정절벽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에 전일 미국 증시가 상승하면서 원화값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원화 가치가 최고점을 돌파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082원20전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갱신했다. 이는 지난해 9월 9일(원 달러 환율 1077.30전)이래 14개월만에 최고점에 달한 것이다.
재정절벽 문제가 완화되면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져 원화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엔화가치는 달러당 81.26엔으로 7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신조 일본 자민당 총재가 강력한 양적완화 의지를 피력한 이후 원·엔 환율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일본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밝힘으로써 엔화 약세를 통해 일본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은 원·엔 환율 하락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본경제는 무역수지 적자도 확대되고 있어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5% 하락할 경우 연간 수출액은 최고 3.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원·엔 환율 흐름을 볼 때 100엔당 1300원 선이 유지된다면 감내할 수 있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또 단기적으로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등의 진행 상황에 따라 엔화 가치가 재차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측된다.
이 경우 원화는 위험자산 회피로 인해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행 입장에서 원화 강세 속도 조절에 나서기 곤란한 상황이다. 서민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은데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21일 오전 9시 30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2원 오른 1082.4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