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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응은 ISO26000이 제정 발표되기 전인 2009년부터 시작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은 한국표준협회와 함께 사회적 책임 전문가 과정을 처음 개발해 실시했다. 단체 및 기업 실무자들에게 ISO26000의 전반적인 내용과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서다.
14일 표준협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사회적 책임 전문가 과정은 12회 개최됐다. 과정을 수료한 인원은 약 90명 정도. 많다고 할 수 없는 숫자지만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낮은 ISO26000에 대한 홍보 효과는 있다는 평가다.
표준협회 권성식 주임연구원은 “초기엔 대기업을 중심으로 CSR담당자들이 참석했으나 최근엔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안전, 환경, 기업윤리, 사회공헌 담당자들로 참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표원과 표준협회는 이어 2010년엔 ‘사회적 책임 이행수준 진단 체크리스트’도 개발했다. 국내 기업들이 ISO26000에 어느 정도 대응하고 있는지 스스로 진단할 수 있게끔 이행 수준 체크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정부가 이행 수준을 판가름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 국내 기업들이 ISO26000에 대응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재 약 100여곳의 집단 및 기업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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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는 ISO26000에서 제시하는 조직의 사회적 책임 체제구축 프로세스 진단(360점)과 성과 진단(640점)을 통해 점수를 매긴다. 총점 1000점으로 결과는 점수에 따라 총 4단계로 나뉜다. 800점 이상이면 최고 수준이다.
ISO26000 이행가이드와 SR보고서작성시스템도 기표원이 ISO26000에 대응키 위해 2011년 개발한 도구다.
이행가이드는 각 조직에 맞게 분야별로 ISO26000 대응 국내외 우수 사례를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 ISO26000이 익숙지 않은 기업들에게 선례를 제시, 길을 터준다는 차원이다.
SR보고서작성시스템은 웹기반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 작성 ‘툴’을 제공,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 보고서를 작성토록 지원한다.
기표원 문화서비스표준과 조영돈 사무관은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내는 데 여러 면으로 부담스러워 한다”면서 “사실상 중소기업들을 위해 마련한 시스템인데, 아직까지 활용이 활발하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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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ISO26000 대응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CSR전문가인 SR코리아 황상규 대표는 “ISO26000 보급을 위해 공공부문부터 적용하는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 공공부문부터 나서야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다”면서 “또한 인권위, 노동부, 환경부 등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의 역할도 중요한데 이를 통합 관리하고 조정할 단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조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공공기관들의 ISO26000 이행 수준은 전체 충족률 82.8%로 집계됐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설문조사에 아예 응답하지 않은 기관도 많아 사회적 책임 경영 수준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ISO26000은 다른 국제표준과 달리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인 규범이다. 때문에 정부도 직접 나서서 기업이나 단체들에게 이를 권고하거나 이끌 수 없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 경영에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큰 판’을 마련해주는 게 정부 역할이란 것이 기표원 측의 설명이다.
기표원 조영돈 사무관은 “ISO26000은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지라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나서서 강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조직들도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게끔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