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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기술금융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지난친 미시적 관점이나 빠른 정책 진행 속도에 대해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윤 교수는 해외에도 대만과 이스라엘, 미국처럼 기술금융, 혁신금융, 벤처금융 등을 잘 하는 국가들이 많다며 문제는 올바른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금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톱다운(상의하달식) 방식보다 바텀업(하의상달식)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현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이후에 맞춤형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이번 정권 안에 기술금융의 가시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 데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정부는 오는 2015년에는 2만2600건, 2016년에는 4만200건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는 “1년, 2년 등 단기간 목적으로 가시적 효과를 위해 일을 추진하면 오히려 올바르게 일을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특정 장관 또는 그 누구의 재임기간 중 꼭 달성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직언했다.
특히 윤 교수는 이번 정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큰 틀을 마련하고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너무 세밀한 부분에 간섭하는 것은 문제를 오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큰 방향을 정해주고 그 안에서 민간 부문이 창의력을 발휘해서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담보대출을 하지 말라는 등으로 규제하려 하지 말고 신용대출의 수익성을 높여갈 수 있도록 정보수집 촉진 등 하부구조를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금융 부진의 이유로 꼽힌 보신주의에 대해 윤 교수는 은행권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옹호했다.
윤 교수는 “은행들의 위험 부담이 부족하고 중개기능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것은 한국금융의 오래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것이 오랫동안의 관치금융 속에서 형성된 문화이므로 은행권을 질타해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다 근본적으로 낙하산 인사 등 관치금융을 차단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각종 ‘당근책’들에는 강하게 반대했다. 책임이 불명확하다는 주장이다. 은행으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대출 활성화를 위해 직원 면책을 해준다고 하는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문제가 심화되면 금융부실로 이어지고 위기도 초래할 수 있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은행권 자본적정성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국제적 정합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경기순응성(금융회사가 경기가 좋아질 때 대출을 늘리고 경기가 나빠질 때 대출을 줄이는 속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