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경남 김해의 한 치킨집에서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그는 “(소속)당이 없으니 선거 비용 문제가 힘들다” 며 “사무실을 43평짜리와 32평짜리 두 개를 빌렸고, 자동차 2대와 항공료 등을 전부 개인 돈으로 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보수진영 유력 대선후보였던 반기문 전 총장의 중도 사퇴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그 가운데 소속 정당없이 대권 행보를 이어가기 힘들었던 요인에는 '경제적 여건'도 존재한다. 정치권에선 그가 약 2주 동안 쓴 대선행보 비용이 약 2억 원으로 추산했다.
◇선거비용 한도는 인구와 물가상승률 결정 = 공직선거법에는 금권선거를 막고 과열 선거를 막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법정선거비용을 제한하고 있다.
선거비용 한도액은 인구수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결정한다. 먼저 우리나라 인구수에 일정금액을 곱해 산출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7년 3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약 5171만5000명. 여기에 기준금액 950원을 곱하면 약 491억3000만 원이 된다.
통계청장이 고시한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적용해야 최종 선거비용 한도액이 나온다. 선관위는 이번 19대 대선출마 후보의 1인당 선거비용을 509억9400만 원으로 확정, 공고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만큼 국가에서 비용을 보조한다.
이번 19대 대선에는 총 421억4200만 원이 보조금으로 이미 지급됐다. 국회 의석수에 따라 모두 6개 정당이 보조금을 받았다.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의석수와 직전 총선 당시의 정당별 득표수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선관위 발표자료를 보면 후보등록 마감일 기준, 더불어민주당(119석)이 123억44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유한국당(93석) 119억7400만 원 △국민의당(40석) 86억9700만 원 △바른정당(33석) 63억3900만 원 △정의당(6석) 27억5600만 원 △새누리당(1석) 3200만 원 순이다.
◇펀드 및 담보대출로 선거비용 마련 = 정당은 국가 보조금 이외 부족한 선거 비용을 금융권으로 부터 대출을 받거나 당 자산을 매각해 마련하기도 한다. 이렇게 들어간 선거비용은 투표 결과에 따라 정부가 보전해 준다.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한 후보에게 홍보물 제작비와 방송광고, 연설비 등 선거운동에 들어간 비용을 나라가 되돌려 준다. 선거를 치른 뒤 유효득표수의 10% 이상 표를 얻은 후보자는 선거비용의 50%를, 15% 이상 얻은 후보자는 100%를 보전 받는다.
무엇보다 당락이 중요하지만 낙선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지지율을 얻었느냐를 따져야 한다. 자칫 정당이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비용 보전제도는 돈이 없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는 유능한 인재라면 공직선거에 입후보해 당선될 수 있도록한 ‘선거비용 공영제도’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국가가 보조하고 선거후 비용을 보전해 준다고 하지만 선거에는 소속 정당의 자금이 절대적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펀드’를 통해 선거자금을 모았다. 선거 예산은 18대 대선 때(약 450억 원)보다 많아 약 5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당사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안철수와 국민의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소액 후원금을 모금해 모자란 자금을 충당했다.
선거 비용이 빠듯한 바른정당은 자전거와 스쿠터를 이용해 유세에 나섰다. 기존 유세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을 누비며 주민과 바로 대화할 수 있는 장점을 부각시켰다.
바른정당 측은 "유세차와 선거운동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국민 혈세로 부담하는 만큼 '저비용·고효율' 유세홍보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MB정부 실세 이재오, 5억원으로 대선 치뤄 = 친이계 좌장이었던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후보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이 후보의 선거예산은 5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외 정당인데다, 창당 3개월 만에 선거를 치르는 탓에 자금이나 조직력에서 열세다. 3억 원은 대선후보 기탁금으로 이미 냈고, 나머지 2억여 원을 쪼개가며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비용을 모두 마련했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처럼 따로 펀드가 필요하지 않다” 며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비를 얼마나 아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