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나프타제조용 원유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통과되자 정유와 석유화학업계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수 확보를 위해 2015년부터 나프타제조용 원유에 1%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23일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방안이 확정되면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는 내년부터 해마다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한 관세 11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당장 석유화학업계가 우려를 표시했다. 섬유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업계에 부담을 줄 것이란 예측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22일 “정부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1%의 할당관세를 부과할 경우 합섬원료·합성수지·합성고무를 원료로 사용하는 화섬과 고무제품, 플라스틱 제조업 등 전방산업의 영업이익이 1207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출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업황 부진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둔화된 상황인데다 중국이나 중동 제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정유사들도 수입산과의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수입산 나프타에는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급격한 유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산에 없는 세금 부담까지 지게 됐다는 것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산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유사들은 유가 급락으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으로 올해에만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억원에 불과했다. 정유부문에서는 4000억원 이상의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도 3분기까지 누적 1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정유업계의 3분기 누적 적자는 9711억원에 달한다. 올해 처음으로 연간 적자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석화산업의 수익은 향후 2,3년간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업계의 어려움을 이해해 무관세 정책을 유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