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등용하는 방식 중에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면접시험에 해당하는 ‘찰거(察擧)’와 학과시험에 해당하는 ‘과거(科擧)’가 있지만 그보다 더 좋은 방식인 ‘선거(選擧)’도 있다. 세계 최초의 선거는 고대 그리스에서 독재의 위험이 있는 인물을 추방하기 위하여 이름을 조개껍데기나 도자기의 조각에다 써서 투표를 했던 ‘도편(陶片)추방제(오스트라키스모스:Ostrakismos)’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원칙과 방식에 따라 처음 실시한 선거는 1948년 5월 10일에 있었던 제헌국회의원 선거이다.
선거(選擧)의 ‘選’은 ‘가릴(고를) 선’이라고 훈독하는데 ‘巽(공손할 손, 가릴 손)’과 ‘?(=?:갈(go) 착, 보낼 착)’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巽’은 본래 제사에 필요한 음식인 ‘제수(祭需)를 갖춘다’는 뜻인데, 제수는 공손한 마음으로 최상의 품질인 것만 가려 골라 갖추어야 했으므로 여기서 ‘공손하다’와 ‘가리다(고르다)’라는 의미가 파생했다.
‘選’은 ‘巽’에 ‘가다(go)’, ‘보내다’의 의미를 가진 글자인 ‘?(?)’을 더하였으니 지방의 산지에서 ‘가려 뽑은 희생물로서의 제수를 제단이 있는 중앙으로 보낸다’는 뜻의 글자이다. 나중에는 지방에서 뽑은 인재에게 백성들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라는 임무를 주어 중앙으로 보낸다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우리는 지금 19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민을 대표함과 동시에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할 인물을 가려 뽑아(選) 들춰내는(擧) 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잘 가려서 잘 뽑아야 한다. 오늘날의 ‘선거’라는 말 안에는 이미 옛날의 찰거(察擧)와 과거(科擧)의 의미가 다 내포되어 있다. 국민들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후보들의 말하는 바와 행동하는 바를 일일이 살피고 있으니 그게 바로 ‘찰거’이고, 생중계되는 토론을 통하여 어떤 시험보다도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있으니 그것은 곧 과거시험에 다름이 아니다. 찰거와 과거를 잘하여 마지막으로 선거를 잘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 탄핵을 받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