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의 이런 행동이 ‘조작이냐’, ‘조작이 아니냐’는 것은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그러나 조작 여부를 가르는 것은 자발적인 참여였는가에 따른다고 본다. 뒷돈이 오가거나 매크로 조작처럼 거짓이 개입하는 게 아닌, 다수의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일에 조작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일, 순위 올리기를 시도한 검색어에 포털이 노출 제외 기준을 적용한다면, 여론 환기 등의 목적을 띤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혹자는 특정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처럼 포장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규제’와 ‘자율’이 부딪칠 때, 자율을 먼저 고르는 게 민주주의의 우선적 가치임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건을 떠나 포털의 실검 순위라는 존재의 필요성에는 의문이 크다. 현재를 볼 때, 신뢰성은 크게 떨어졌고 순기능은 찾아보기 어렵다.
먼저 짚어볼 것은 서비스 취지의 훼손이다. 당초 실검 순위는 사용자가 입력하는 검색어를 기반으로 사용자 관심사의 다양성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포털의 실검 순위는 어떤가. 음식배달업체, 화장품, 패션, 금융 앱 등 온통 광고로 뒤덮여 있다. 광고 전광판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지경이다.
기업들은 선착순이나 퀴즈 마케팅으로 검색을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가 포털에 검색을 해 퀴즈의 힌트를 찾고 정답을 맞춰 보상을 받는 형식이다. 단기간 내 검색이 몰리다 보니 해당 이벤트는 실검에 오르게 되고, 이 실검을 통해 또 다른 사용자들이 꼬리를 물고 이벤트로 유입된다.
이런 기업 마케팅용 키워드는 전체 실검 순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다. 사용자의 관심사가 아니라 기업 마케팅의 관심사를 비춰주는 것으로 서비스 취지는 왜곡되어 버렸다.
두 번째는 사회적 피로도다. 일명 ‘어뷰징’으로 불리는 클릭 수 목적의 기사는 포털 실검 순위 서비스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했다. 순위에 있는 키워드로 기사를 쓰는 것과 아닌 것의 클릭 수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따라서 검색에 의존하는 언론 매체들은 온라인 광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실검 순위 키워드에 집착하게 된다. 이들 키워드는 무한히 확산하며 다시 복제된다. 순위가 오를수록 더 많은 매체가 달라붙는다. 결국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연예인의 결별 뉴스는 수백, 수천 건이 양산되고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중요한 뉴스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다.
독자들은 최초 보도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실검 순위를 눌러 포털이 배치한 순서에 따라 어뷰징 기사를 소비한다. 열에 아홉이 가십인 이슈 하나에 전 국민이 매몰되어 왼쪽으로 뛰었다가 오른쪽으로 뛰었다 하는 꼴이다. 피로감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어뷰징이 아닌 일반 기사들도 그렇다. 키워드를 넣느냐와 아니냐로 트래픽 단위가 달라진다. 몇 개 안 되는 의혹이 100만 건이 넘는 기사로 만들어지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데 실검 순위는 왜 필요할까. 트래픽을 유발시키고 페이지 광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면의 기능은 아직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까.
과거 포털 뉴스평가위원회 발족을 위한 언론 매체 대상 설명회 때 일이다. 어뷰징 문제점에 대한 포털 측의 지적에 한 기자가 “그렇게 어뷰징이 문제라면, 원인이 된 실검 순위를 없애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실검 순위 서비스는 포털의 중요한 비즈니스다. 언론 매체가 먼저 자정해 주길 바란다”였다.
그 뒤로 4년여가 흘렀다. 서로 떠 밀었던 실검 순위와 어뷰징으로 파생된 결과에는 언론 매체와 포털 모두 책임이 있다. 누군가 먼저 악순환을 끊는 결단이 필요할 때다. 포털 업계도 이런 문제를 인지한 듯, 올해 들어 네이버가 모바일 페이지에서 실검 순위의 비중을 낮추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검 순위 서비스의 사회적 역할은 이미 다했다. 오히려 시간을 거꾸로 가리키는 고장난 벽시계일 뿐이다. 이제 없애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