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고환율 흐름도 겹악재
“항공여객 수요에 타격 불가피”
국내 여행주와 항공주가 격랑에 휩싸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고환율 등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던 중,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충격의 여파까지 겹쳐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제주항공은 8.65% 하락한 7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중 한때는 6000원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전날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과 충돌해 17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영향이다.
이에 제주항공 외에도 △티웨이항공(-3.23%) △대한항공(-3%) △진에어(-2.83%) 등의 항공주와 △참좋은여행(-5.59%) △하나투어(-2.16%) △노랑풍선(-2.02%) △롯데관광개발(-1.42%) △모두투어(-0.72%) 등 여행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그나마 상승 마감한 종목은 대한항공과의 합병 소식이 호재로 작용 중인 아시아나항공(2.16%)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부산(3.14%)이다.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전에도 여행주와 항공주는 겹악재를 맞닥뜨리고 있었다. 우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주요국들이 한국에 여행경보를 발령하면서 여행·항공주의 급락세가 이어졌다. 국내를 찾는 해외여행객이 줄고, 여행산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져서다.
고환율 기조는 특히 항공주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리스비와 유류비를 모두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는 달러 부채가 많은 편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 비용 부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의 경우 순외화부채가 올해 3분기 기준 33억 달러에 달한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3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돌파한 점을 고려하면 환율 변동에 민감한 항공주들의 손실 우려는 더욱 커진다.
물론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행한 무비자 정책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등이 여행·항공주에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당장 대형 악재가 연이어 발생할 만큼 당분간 부진한 주가 흐름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달에만 티웨이항공은 18.51%, 진에어는 18.34%, 대한항공은 12.91% 하락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 및 경기와 맞물려 항공여객 수요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안전 문제와 소비자 불안은 어느 항공사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제주항공 모회사 애경그룹도 타격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12.12%)를 비롯해 애경케미칼(-3.80%), 애경산업(-4.76%) 등이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