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행정명령 서명 예정…친환경 정책 유지 목적
트럼프ㆍ의회 장악 공화당, 무효화 추진 계획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2주 앞두고 미국 국토의 4분의 1에 이르는 면적에서 신규로 원유ㆍ가스 시추를 하지 못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채굴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맞서 자신의 친환경 정책의 유산을 지켜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6일 대서양ㆍ태평양ㆍ멕시코만 동부ㆍ알래스카 북부 베링해 등의 약 6억2500만 에이커(약 252만9285㎢)가 넘는 연안에서 원유ㆍ가스 시추권 거래를 불가능하게 하고 신규 채굴 개발을 금지하는 2가지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 악화를 방지하고 바이든이 재임 기간 공들인 친환경 정책의 유산을 지켜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WP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석유를 시추해라)’이라는 구호로 화석연료 산업을 부흥시키겠다고 역설했는데, 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 미국 원유 생산량의 약 14%를 차지하는 멕시코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미 연안 추가 시추 금지령은 72년 전인 1953년 제정된 ‘외변 대륙붕 토지법(Outer Continental Shelf Lands Act)’에 기반을 둔다. 미래 연방 해역의 원유ㆍ가스 프로젝트를 임대ㆍ개발에서 제외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만 대통령이 이를 철회하는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즉각 철회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고 뒤집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의회 승인 절차를 거치면 된다. 특히 미 의회 상ㆍ하원 모두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트럼프와 공화당이 연대해 이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인수위원회의 캐롤라인 리빗 대변인은 “바이든은 실패할 것이고, 우리는 시추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시추를 늘리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라는 명령을 내린 미국 국민에게 정치적 복수를 하려는 부끄러운 결정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상원 에너지ㆍ천연자원위원회의 마이크 리 신임 위원장은 “상원 공화당 의원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저지할 것”이라며 “‘의회 검토법’을 활용해 바이든의 결정을 되돌리자”고 제안했다. 이 법은 행정 조치 제정 후 의원들이 60일 이내에 단순 다수결 투표로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한편 환경 보호론자들은 바이든의 움직임에 해안 생물과 생태계를 위협할 미래 석유 유출 가능성을 제한할 것이라며 환호했다. 환경보호단체 오세아나의 조셉 고든 기후ㆍ에너지 캠페인 책임자는 W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무도 자국 해안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나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조치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해 특정 지역을 보호하자는 역사적 합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